`대표민생사건` 가습기살균제 檢수사 급물살…SK케미칼 윗선 겨냥

이승현 기자I 2019.03.10 12:34:30

최근 임원진 조사 이어 최고 윗선 수사 가능성
檢, 가습기메이트 하청업체·판매업체 대표 구속
원료물질 유해성 입증·공소시효 해결에 수사 속도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의 칼이 판매업체인 애경산업에 이어 제조업체인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 본격적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 이후 대표적인 민생사건인 이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판매사 압수수색후 수사 급물살…SK케미칼 윗선 수사 검토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지난 5일 SK케미칼의 이모 전무 등 임원 5명을 소환조사한 이후 회사 윗선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옥시 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한 업체다. 검찰은 SK케미칼 임원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의 인체 유해성을 사전 인지했는지와 제품에 화학물질 성분을 제대로 표기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케미칼 대표 등에 대한 조사 여부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15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본사와 공장 등을 압수수색한 뒤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SK케미칼로부터 공급받은 원료인 CMIT·MIT를 이용해 가습기메이트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납품한 필러물산의 김모 전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가습기메이트 판매업체인 애경산업의 고광현 전 대표와 양모 전 전무를 각각 증거인멸 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애경산업의 내부자료를 받아 보관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필러물산 측과 SK케미칼 및 애경산업이 공모관계라고 보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도 핵심 혐의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의 유해성 입증과 공소시효 문제가 해결됐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원료물질 유해성 역학조사 결과 나와…공소시효 문제도 해결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PGH와 CMIT·MIT를 모두 만들었다. 검찰은 2016년 수사 때에는 독성이 인정된 PHMG·PGH를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유통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SK케미칼은 당시 PHMG에 대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지 몰랐다”는 입장이 받아들여져 수사대상에서 빠졌다. 또 당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CMIT·MIT 유해성이 인정되지 않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기소중지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CMIT·MIT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자료를 제출하자 검찰은 중단했던 수사를 재개했다. 이미 학계에선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이번 수사에서 법원이 필러물산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CMIT·MIT 유해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필러물산 전 대표의 구속기소 등으로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됐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공범관계 중 1명이 기소되면 다른 공범의 공소시효도 정지된다.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상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피해 사건이 처음 발생한 2011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반면 피해자들은 2015년에도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 부지런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에 신청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46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375명이다.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한 피해자는 360여명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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