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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5일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미·중갈등, 코로나19 등으로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 이외 국가로 다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인도 내 생산물량을 확대하려는 기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생산시설을 이전하려는 기업에 대한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자·IT 제품 제조에 대해 향후 5년간 매출증가의 일정비율을 보조금으로 제공하고, 2019년 10월 이후 설립된 신생 제조업체의 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했다. 지난해 중국의 봉쇄조치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은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2년 내 인도 아이폰 공장 인력을 1만7000명에서 7만명으로 4배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2019년 9월부터 올해 타결을 목표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정부의 탈중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추진 등으로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인도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인도는 기존 서비스업에 치우친 성장구조에서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5월 모디정부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서로 다른 세율로 부가하던 간접세를 하나로 통합하고, 수출입 서류를 기존 11개에서 3개로 간소화하는 등 사업환경을 개선했다. 물류인프라 개선을 위해 델리, 뭄바이 등 주요 도시를 고속철도·도로로 연결하고 항만 및 공항시설도 현대화했다.
인도의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가능성에 따라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에서 인도 경제의 비중은 높지 않으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주변국에 비해 비중이 낮은 편이나, 최근 인도경제의 후방참여도(타국 중간재 자국 투입비중)가 전방참여도(자국 생산재 타국 투입비중)에 비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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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평가도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는 올해 인구는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유엔은 인도 인구가 올해 14억2800만명으로 중국(14억 2600만명)을 추월한 뒤, 2063년 17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규모뿐 아니라 평균 나이가 28세로 잠재 구매력이 큰 젊은 계층이라는 점이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인도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악화 등 각종 글로벌 악재에도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3%)의 두 배가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올해 6.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세계 전망치 평균(2.9%)은 물론 중국(5.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환경오염, 경쟁국 대비 열악한 사업환경 등이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IMF는 인도의 환경오염은 생산성을 약화시킬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허가 비용이 높아 사업용이성이 중국 등 주요 신흥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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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인도 경제의 고성장에 대비해 적극적인 인도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선 기존에 진출한 서방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정부규제와 비친화적 기업환경 등에 대한 당국의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의 대인도 교역액은 지난해 277억달러로 한국 전체교역 중 2.0%에 그친다.
한은은 “기계·설비, 소재·부품 등 중간재 시장의 대인도 판로를 개척하고 인프라 사업에도 저극 참여해야 한다”며 “중국, 아세안 등에 편중된 공급망을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고급화 대응해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소비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인도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현지 정부규제, 생소한 기업환경 등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