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비만약, 제약사만의 리그 아냐”…역대급 투자받는 스타트업들

김연지 기자I 2025.01.13 10:46:57

대형 제약사 주도 비만약 시장에 스타트업들 진입
英 베르디바바이오, 글로벌 VC로부터 6061억 유치
제약·바이오테크 통틀어 유럽서 이뤄진 최대 거래
해당 분야 VC 투자, 2023년 대비 지난해 90% 증가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해온 비만 치료제 시장에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스타트업도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부 스타트업은 최신 기술과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대형 제약사들이 놓쳤던 틈새시장을 노리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는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 치료법 개발에 한창이다.

(사진=구글이미지 갈무리)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기반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베르디바 바이오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최근 4억 1100만 달러(약 606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유럽 제약·바이오 벤처가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유치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베르디바 바이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으로, 비만 및 심혈관 대사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경구·주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 임원을 역임했던 인물들로 구성된 이 회사는 경구 투약 가능한 비만 약물을 개발하고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임상 1상을 통해 주 1회 복용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더 나은 효과와 내약성을 타깃팅한 경구 및 피하용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VC들은 항비만 약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베르디바 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이 경쟁사를 제치고 차세대 비만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 의료분석그룹 IQVIA에 따르면 항비만 약물에 대한 글로벌 지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300억 달러(약 44조 2440억원)를 넘어섰다. 또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관 모닝스타는 항비만 약물에 종종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핵심 타겟) 관련 시장이 2031년까지 연간 매출 2000억 달러(약 295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르디바 바이오의 후보물질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일부 비만 신약과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되는 편리성 또한 갖췄다는 이유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암젠과 노보 노르디스크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던 시장이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VC들이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면서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했고, 이에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후보물질을 도출, 임상에서의 효능을 입증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해당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VC들의 투자 총액은 지난 2023년 대비 2024년 90% 이상 증가한 13억 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VC들의 러브콜을 받은 유럽 비만 치료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미국 기반의 메트세라와 유럽 야젠헬스, 라이콘 등이 꼽힌다. 우선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메트세라는 지난해 11월 5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현재 월 1회 주사 가능한 차세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다.

이 밖에 스웨덴에 기반한 야젠헬스 역시 지난해 11월 1950만유로(약 29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야젠헬스는 의사와 영양사, 심리학자, 개인 트레이너 등으로 구성된 전문 팀이 개개인에게 개인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함께 추적하는 형태의 비만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젠헬스는 현재 스웨덴 내 2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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