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국립외교원장은 지난달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략적 자율성까지 확보한 만큼,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대가가 있어야 북미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 인정이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핵보유국 인정이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체면을 세워주고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치켜세워 주는 것이 사실상 거의 유일한 북미 대화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 자신의 외교적 유산을 위해 통 큰 결단하지 않는 이상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인 중국 단둥 방문에 대해서는 북중관계의 질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이 대북관계를 ‘협작’으로 평가한 점에 주목했다. 김 원장은 “협작은 단순히 함께 일한다는 합작(合作)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며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와 미중 전략경쟁 등 제3의 문제까지 함께 논의하고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왕 주석과 회동한 것도 외교적 격하로 볼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왕후닝은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중국 지도자 3대에 걸쳐 활동한 최고의 책사”라며 “단순히 중국 권력 서열 4위와 만났다고 볼 것이 아니라 중국의 핵심 전략가가 북한과 전략적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북미정상회담 문제를 비롯해 국제질서 변화 속 북중 협력의 방향과 역할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경제발전이라는 현실적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김정은이 꿈꾸는 것은 핵을 보유한 강대국”이라며 북한이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한반도 안정을 관리하는 동시에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북중관계를 활용하려는 계산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김 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북미대화 ‘페이스메이커’ 전략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호응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대화 의지를 북한과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지속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격변과 혼돈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정과 평화”라며 “페이스메이커는 북한에 대화와 평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주고, 향후 전환의 계기가 왔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을 축적하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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