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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5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다시 1110원대로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국내외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다. 국내 시장이든, 미국 시장이든, 예외없이 곡선이 편평해지고 있다(커브 플래트닝).
채권수익률곡선은 각 채권 만기별로 서로 다른 금리 수준을 이은 선인데, 그 곡선이 가파르게 서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다는 것은 장기금리가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떨어지는 장기금리에는 먼 미래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반영돼 있다.
간밤 미국 채권시장이 그랬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는 2.7987%에 마감했다. 만기가 더 긴 5년물 금리(2.7871%)보다 높아진 것이다. 3년물 금리(2.8079%) 역시 5년물 금리를 상회했다. 국내 금융시장 인사들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곧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어느덧 2.9163%까지 내려왔다. 지난 9월4일(2.8985%) 이후 석 달 만의 최저치다. 경기 초호황 전망을 등에 업고 3%를 훌쩍 넘었다가, 다시 2%대로 안착하려는 모양새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불과 11.76bp(1bp=0.01%포인트)로 좁혀졌다.
채권시장발(發) 경기 둔화 공포는 증시도 덮쳤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99.36포인트(3.10%) 급락한 2만5027.0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3.09포인트(3.80%) 폭락했다.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다.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에는 악재다. 간밤 원화 가치는 약세였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10.6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45원)를 감안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05.30원)와 비교해 6.75원 상승한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분위기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6월20일(1105.1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105.30원에 마감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111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오프 기류를 반영할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채권시장 역시 미국처럼 최근 화두가 커브 플래트닝이다.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2.102%)와 3년물 금리(1.914%)의 차이는 18.8bp를 기록했다. 2016년 10월4일(17.9bp)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작은 격차다. 국내 역시 경기 둔화 우려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뉴욕 증시 폭락 이후 국내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지는 관전 포인트다. 장중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