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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도 전면취소”…헌재 앞 시위대, 위협받는 아이들

박동현 기자I 2025.01.24 07:00:00

헌재 인근, 초교·유치원·어린이집 총 8곳
등굣길 아이에게 “빨갱이 되지 마라” 망언도
“대중 권리 침해 시 과감히 집회 제한 나서야”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아이들 외부활동은 다 취소했죠. 오갈 때도 빙 돌아서 가고요”

헌법재판소(헌재) 인근 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헌재 근처 집회가 격화하자면서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멈춰버렸다고 호소했다. A씨는 “괜히 애들 데리고 나갔다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면 안 되니까 최대한 피해서 돌아간다”면서 “당분간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견학 시기도 계속 조정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며 털어놨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탄핵 심리가 열리는 헌법재판소로 연일 결집하면서 인근 아이들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소요 사태 이후 지지자들이 격하게 행동하며 헌재 근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외부활동도 제약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는 대중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에 대해선 집회의 자유를 떠나 강력히 제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주말부터 매일같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발도장을 찍고 있다. 이들은 헌재를 향해 “탄핵 무효”, “즉시 석방” 등의 구호 등을 외치며 대통령 무죄를 호소하는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헌재 앞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3000명 이상의 집회 인원을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그간 평화롭던 동네에 살던 인근 주민들은 이렇게 지지자들의 잇단 집단 행동으로 신변에 위협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호소했다. 안국역 인근 주민 조모(47)씨는 “지난주 법원 난동 이후로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이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출석한 지난 21일 오후에는 흥분을 참지 못한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특히나 헌재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의 시설이 다수 위치해 아이를 키우는 인근 학부모들의 걱정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실제 헌재가 위치한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200m 내에는 3곳의 초등학교와 5곳의 유치원 및 어린이집이 밀집해 있다. 아이들의 통행이 잦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지자들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거친 언행을 하기도 한다며 토로했다. 헌법재판소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학부모 임모(38)씨는 “어제(21일) 아이랑 하교하는데 누가 애한테 갑자기 ‘너는 빨갱이로 크지 마라’라고 소리쳐서 깜짝 놀랐다”면서 “과격한 집회를 보는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을 것 같아 빨리 장소를 옮기든 끝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일 이어지는 집회는 외부활동 제한 등으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었다. 안국역 근처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방학이 끝난 시점이라 지금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 하는 중”이라며 “학교 바로 앞에서 집회가 열리니 외부 수업은 다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과 학부모, 심지어는 교직원들에게도 야유를 하는 상황이라 교육청과 경찰 등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여전히 걱정”이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집회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변론 기일이 2월을 넘어서까지도 여전히 남은 상황이라 지지자들은 헌재 앞에서의 결집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는 대중의 권리가 보호되는 조건에서 집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만큼 주민의 피해가 커질 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집회자들의 자유와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대중의 권리도 중요하다”면서 “대중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권리를 보장하는 건 옳지 않은 만큼 권리 침해 시 과감히 제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학교 등의 교육시설 근처에서는 적극적인 경찰력을 투입해서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권을 반드시 보장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에 지지자들이 결집해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경찰이 배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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