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처럼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펀드매니저들도 스태그플레이션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11일 보도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70년대 말처럼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개연성이 크지는 않지만, 현재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만한 종목에 투자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물가연동채권(TIPS), 미국 경기와 연관도가 떨어지는 해외 자산 등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여 스태그플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물가 올라 좋은 종목 골라라"
투자자문사인 코메리카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 고객들의 투자자산 배분을 조정했다. 코메리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디 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자산에 포트폴리오의 20% 가량을 배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0년대처럼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지는 않겠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위협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경우 수혜를 입을만한 종목으로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XTO 에너지와 석유회사인 아파치 코프를 추천했다.
그는 "XTO 에너지는 천연가스 보유량을 확대해 왔으며 상당히 잘 관리하고 있다"며 "화석연료보다 더 확실하게 연소되는 천연가스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치의 경우 부채가 많고 성장률은 느리지만 시가총액이 XTO에 비해 크고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며 "XTO의 공격적인 성장을 어느정도 상쇄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걱정되면 해외로"
내슈빌 소재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인 케이스 뉴콤은 "기본적으로 분산을 잘 시켰다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산배분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뉴콤이 포트폴리오를 소폭 조정하면서 비중을 높인 부문은 해외 주식과 부동산 투자신탁이다.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임에 따라 고객 자산의 3분의 1을 아이쉐어스 MSCI 퍼시픽 엑스재팬 펀드와 같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넣어놓은 것.
뉴콤은 "지난 2월말 뉴욕 증시는 차이나 쇼크로 폭락했지만 우리는 그 이후 10% 수익을 올렸다"며 "아시아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중남미 같은 지역에 비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쉐어스 MSCI 재팬 인덱스에도 일부 투자했다. 그는 "일본 경제는 느리지만 확실히 코너를 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고속성장으로 수혜를 입고 있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아이쉐어스 코헨 앤 스티어스 레얼티 메이저스 펀드에 투자하는 등 부동산 투자신탁 비중도 늘렸다.
그는 "경기 둔화기에도 부동산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단기적인 경기상황과 상관없이 임대수요는 자연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올라도 끄떡 없다`..TIPS·아이본드 각광
덴버에서 투자자문업을 하고 있는 레이 벤튼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된다면 물가연동국채(TIPS)에 투자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TIPS의 일종이면서 개인투자들의 저축용 상품으로 활용되는 아이본드(I-Bond)를 추천했다.
TIPS는 원금이 물가에 연동돼 있어 물가가 오르면 국채의 원금도 따라서 올라가고, 물가가 내리면 원금도 떨어진다. 물가에 따른 리스크가 없는 셈.
아이본드는 TIPS와 달리 원금을 고정시키고, 이자를 인플레와 연동시킨 것이다. 인플레 연동 저축상품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연간 3만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TIPS 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브렌튼도 아메리칸 센추리 인플레이션 프로텍티드 본드 펀드와 아이쉐어스 리만 TIPS 본드 펀드에 투자한 상태다.
아울러 아이패스 GSCI 토탈 리턴 인덱스 펀드와 같이 금속, 에너지, 상품 등에 분산투자를 잘 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브랜튼은 "만약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간다면 채권도 주식도 모두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상품과 현금만이 유일하게 투자할 만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가격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기조를 따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브렌튼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발생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