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대만에 ''에르메스'' 반도체 기업
''전령의 신''처럼 속도감 있는 기술개발 의지
韓 제우스·퓨리오사AI도…신화·영화 인물명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보통 에르메스의 주황색 로고와 가방을 떠올리기 쉽지만 에르메스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있다. 바로 인도 에르메스 반도체, 대만 에르메스-에피텍(Epitek) 기업이다. 명품 브랜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속뜻을 지닌 반도체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인도의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반도체 기업 에르메스 반도체.(사진=에르메스 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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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설립된 에르메스 반도체는 인도의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반도체 기업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무선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임베디드(내장형) 설계 서비스, 맞춤형 설계자산(IP) 개발 등 각종 서비스를 지원한다.
에르메스-에피텍은 1977년에 설립된 대만의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이들은 금속 유기화학 기상 증착(MOCVD) 등 핵심 반도체 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화합물 반도체(3세대 반도체)와 실리콘 카바이드(SiC) 소자의 양산 기술도 확보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령의 신 ‘에르메스’와 반도체 기술을 뜻하는 ‘에피텍시(Epitaxy)’를 결합한 이름으로 풀이된다. 에피텍시는 ‘정렬시켜 위로 올린다’는 라틴어로 웨이퍼 표면에 높은 순도의 필름을 증착하는 기술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속도의 신’을 의미하는 에르메스처럼 업계에서 빠른 기술 개발로 승부를 보겠단 의지를 담은 기업명이다. 에르메스 반도체 측으 “에르메스는 자신의 (빠른) 속도로 다른 신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들의 메신저’가 됐다”며 “AI·머신러닝(ML), 자동차 및 통신 분야에서 고속 및 고대역폭 차세대 칩을 개발하겠단 뜻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 (사진=제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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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들 중에선 에르메스처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차용하는 등 흥미로운 기업명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경기 화성에 본사를 둔 ‘제우스’가 있다. 제우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산업용 로봇, 밸브 시스템 등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제우스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이끈 기업으로 2006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최근 AI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는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다. 영화 속 퓨리오사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용감한 여전사다. 퓨리오사AI는 1세대 제품도 영화 등장인물인 ‘워보이’의 이름을 따서 출시했다. 워보이는 영화 속에서 충성스러운 부하들로 등장하며,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겠단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사진=퓨리오사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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