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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법사위 “韓, 쿠팡 등 美기업 차별…무역합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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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7.02 04:57:37

35쪽 보고서 공개…절반 이상 쿠팡 문제에 할애
"국정원이 기기 회수 주도…李대통령도 보고받아"
쿠팡 시총 40%↓·美가구 10년간 3800달러 손실 주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연방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해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법사위는 이 같은 차별이 최근 체결된 한미 무역합의 위반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사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35쪽 분량 중간 실무보고서를 공개했다.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이 쿠팡 관련 내용에 할애됐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韓, 수십년간 美기업 표적…최근 심화”

보고서는 위원회가 확보한 증언과 문서를 근거로 “한국은 수십년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왔으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며 “이런 관행에는 강압적인 조사 전술,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 요건, 그리고 미국 기업을 처벌하고 한국 기업과의 효과적 경쟁을 어렵게 하는 막대한 벌금과 과징금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지목하며 불충분한 증거를 근거로 한 조사 개시, 이른 아침 압수수색, 절차적 공정성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대우는 미국과 최근 체결한 무역합의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초점…“국정원이 회수 작전 주도”

보고서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불만을 품은 전직 직원의 데이터 시스템 무단 접근’으로 규정하고, 이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공세를 “정부 차원의 전면적 공세”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의 진술도 상세히 담겼는데, 한국이 쿠팡에서 고객을 빼내 자국 경쟁업체에 몰아주려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해킹 피의자의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중국에서 회수한 과정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작전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상하이 소재 로펌을 통해 하드드라이브 4개, 데스크톱 컴퓨터 1대, 그래픽카드 1개를 우선 확보했고,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쿠팡 측에 직접 직원을 보내 기기를 회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로저스 대표는 진술했다. 이후 국정원은 전직 직원에게 다시 연락해 진술서를 받도록 요구했고, 잠수부를 고용해 그가 상하이 강에 버린 노트북을 회수하도록 요청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정원이 쿠팡에 보냈다는 협조 공문 영문 번역본도 첨부됐다.

보고서는 또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국정원과 긴밀히 협조하라고 쿠팡에 지시했으며, 기기 확보 사실이 전해지자 해당 인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한 뒤 이튿날인 2025년 12월 16일 실제 보고가 이뤄졌음을 확인해줬다고 적었다. 이를 근거로 보고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 정부 최고위층은 국정원이 회수 작전에 대해 쿠팡을 긴밀히 지시하고 있었으며 쿠팡이 이러한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 출석하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경찰 조사에 출석하고 있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국정원 “지시한 적 없다” 부인…임원 7명 경찰수사

그러나 국정원은 2025년 12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회수 작전과 관련해 쿠팡에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이 해명이 위원회가 확보한 문서·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후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료 요청 외에는 쿠팡에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거듭 부인했다. 국정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로저스 대표를 포함한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10개가 넘는 한국 정부 기관이 이 사건과 무관한 수십 건의 조사를 개시했으며, 4000건이 넘는 자료 제출 요구와 최소 652건의 쿠팡 직원 면담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달 11일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 6246억8100만원에 대해서도 “더 심각한 데이터 유출에 대해 한국 기업들에 부과된 벌금을 크게 상회한다”고 반발했다.

“시총 40%↓·美가구 3800달러 손실”

보고서는 한국에서 표적이 되면서 쿠팡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떨어져 쿠팡에 투자한 미국 공적연금과 뮤추얼펀드, 은퇴자금을 저축하는 일반 미국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쿠팡을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업체와 생산자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경제적 손실 규모에 대해서는 한국의 차별적 관행과 적대적 규제로 미국이 5250억달러(약 814조4325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도 4690억 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봤으며, 미국 가구에는 향후 10년간 평균 3800달러의 경제적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원 법사위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잠재적인 입법 개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의 반경쟁 체제에 대한 감독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CNBC와 뉴욕포스트 등 일부 미국 언론은 법사위 보고서 내용을 즉각 보도했다.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 2월 로저스 대표를 소환해 7시간 동안 증언을 듣는 등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대우를 문제 삼아 조사를 벌여왔으며, 쿠팡은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이행을 위한 본격 협상에 지난달 초 돌입한 상태다. 쿠팡 문제와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 등이 겹치며 협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가, 지난달 초 미국 정부 대표단의 방한을 계기로 속도가 붙었다. 법사위 보고서 공개가 이 협상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 시내 쿠팡 배송차량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시내 쿠팡 배송차량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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