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원청과의 단체교섭 결렬을 이유로 그제 다음 달 8개 대기업을 상대로 총파업을 선언함에 따라 전국 주요 플랜트와 대형 건설현장이 대거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예고된 일로, 이 법이 산업현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가늠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 건설은 정유·석유화학·반도체·발전소 등 국가 핵심 산업과 직결된다. 복잡한 대형 공정은 수많은 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부 공정만 멈춰도 전체 건설 일정이 줄줄이 지연된다. 공사비 상승은 물론 납기 차질과 투자 일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국내 기업을 넘어 글로벌 발주처와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논란은 원청의 책임 범위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원청에 교섭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계약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원칙적으로 하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지는 영역이다. 원청이 공사 발주와 안전관리, 일정 조율을 담당한다고 해서 모든 고용 계약 내용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법적·사회적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이 하청 노사의 갈등까지 떠안게 되면 기업들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산업현장의 거래 질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다.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과 파업이 일반화되면 협력업체와의 계약관계는 무력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청은 직접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까지 교섭 대상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고, 하청업체는 사용자의 역할과 책임이 약화될 공산이 크다.
노동권도 소중하지만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계약의 안정성 역시 중요하다. 건설·조선·플랜트처럼 다단계 계약이 일반적인 산업일수록 파장은 훨씬 크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사용자 범위와 교섭 책임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한하도록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법이 산업현장의 계약 질서와 투자 환경을 뒤흔들어 나라 경제를 뒷걸음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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