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신기록을 썼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71% 증가한 1022억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은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월 수출 1000억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네 번째 국가가 됐다. 올 상반기(1~6월) 누적액은 4967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 해 1조달러 수출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록 뒤엔 반도체가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0% 급증했다.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1924억달러로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의존도다. 6월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이른다. 분산 투자를 강조하는 증시 격언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다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잘나갈 땐 큰 덕을 보지만 자칫 반도체가 삐끗하면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물론 이번에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공지능(AI) 붐은 21세기 산업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 호황이 적어도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주목해야 한다.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반도체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시장은 메타가 데이터센터의 남는 자원을 되파는 결정을 내린 것에 주목했다. 이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반도체를 살 만큼 샀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슈퍼사이클이라지만 호황이 무한 지속될 순 없다. 반도체 이후에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게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K산업의 새로운 엔진으로 로봇, 우주항공, 바이오, 방산을 언급했다. ‘대체 불가능한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신산업을 여럿 육성해야 한다. 반도체가 잘 나가는 지금이 K산업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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