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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숙련 직무 중심 자격·평가 체제 개편…소득세 감면, 주거·자산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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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정 기자I 2026.09.15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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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K-네오블루칼라 시대②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
日 케어테크 디렉터, 전문직으로 격상…시장 변화
소득세 감면 등 청년 진입 위한 파격적 인센티브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자리의 가치 서열을 뒤집고 있다. AI 등장 초기만 해도 단순 육체노동이 먼저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현실에서는 사무·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초급 화이트칼라가 먼저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AI가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현장 기술과 인간의 판단·감성을 갖춘 숙련 인력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에 청년 일자리 정책과 교육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AI 시대의 고용정책은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의 숙련 기술과 인간 고유의 판단과 감성, 여기에 청년의 도전성과 AI 활용 능력을 결합해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전문성 필요로하는 새로운 ‘융합 인력’ 필요성 커져

AI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다.

머서(Mercor) 등 글로벌 채용 플랫폼에 따르면 법률·의료·건축·정밀시공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범용인공지능(AGI)이 내놓은 답변을 평가하고 오류를 찾아내는 ‘전문 도메인 AI 검증관’ 일자리가 급성장하고 있다.

법률 도메인 AI 검증관의 경우 AI가 요약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미묘한 목소리와 정황, 사건 현장의 비공식적 특수성까지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AI 조언을 재검증하고 현장 맞춤형 변론 전략을 확정한다. 결국 AI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은 알고리즘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검증하고 적용해내는 현장 전문가의 경험 가치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돌봄 로봇과 감응 기술을 결합한 인력이 ‘케어테크 디렉터’라는 전문직으로 격상되고 있다. 이들은 돌봄 시설에서 케어테크 기기를 도입·관리·교육하는 업무에 더해 AI가 할 수 없는 감정 영역의 돌봄까지 함께 수행하는 ‘융합형 인재’다. AI, 로봇을 활용한 케어테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 영역’을 채워줄 숙련된 돌봄 인력이 필요한 현상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의하면 동아시아 청년의 75%가 AI 기반 작업 변화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ED)이 노동통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졸자 실업률은 2019년 대비 1.34%포인트 급증한 반면, 비대졸 기술직 실업률 상승폭은 0.5%포인트에 불과했다. 삼일 PwC 분석에서도 AI와 결합해 현장 판단력을 높이는 전문 기술직의 임금 상승률이 단순 자동화 직종보다 42% 이상 높았다.

'현대 트랜스 카자흐스탄' 공장의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 트랜스 카자흐스탄' 공장의 생산라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초·중등 교육부터 혁신…파격적 인센티브 신설 필요

한국의 청년 일자리 정책도 이같은 변화에 맞춰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기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숙련과 AI, 인간 고유의 판단·감성을 결합한 ‘K-네오블루칼라’를 새로운 전문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우선 부처별로 흩어진 기술인력 양성, 돌봄·케어, 스마트 건축, AI 융합 정책과 예산을 연계할 범정부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수십조 원의 청년 예산이 선심성으로 낭비되는 것을 막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예산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 단계부터 AI 시대를 극복하는 ‘앙트레프레너(기업가정신) K-네오블루칼라’ 교육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현장 기술과 케어, 공간 디자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제조·건축·케어테크 등 현장 전문직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자격·평가체계를 고숙련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고 이에 맞는 보상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소득세 감면, 주거 및 자산 형성 지원과 함께 AGI 시대에 맞는 자격·평가 체계 개혁과 고숙련 직무 기반 공정 보상 체계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던 현장을 ‘고숙련 K-기술전수’ 생태계로 바꾸고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 열쇠다.

AI와 자신의 현장 숙련을 결합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1인 창직·기술창업’을 뒷받침할 금융·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장의 숙련 가치와 인간 고유의 감성 가치를 천대하는 사회는 결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청년 실업자의 분노는 달래야 할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개혁을 완수할 역동적인 ‘국가적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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