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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생각[김학균의 투자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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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15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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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주가 5967배 상승
30% 넘는 급락도 11차례 겪어
좋은 기업도 피할 수 없는 부침
감당할 만큼 투자하는 게 중요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생각[김학균의 투자레슨]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797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수 2973만 명의 26.8%에 해당하는 숫자다. 국민주식이라는 표현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많은 이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선택한 주식은 투자하기에도 쉬운 주식일까.

주식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도주가 계속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는 드물다. 1970년대 한국 경제의 성장산업은 중동건설 붐의 수혜를 받았던 건설업이었다. 한국 증시 건설업종 지수는 1978년 6월 고점을 기록한 뒤 아직도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닷컴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코스닥시장 역시 2000년 3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기록한 이후 장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강렬한 상승장이었던 19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 국면에서의 대세 상승장세를 주도한 증권업종 지수가 1989년 고점을 온전히 넘어선 것은 36년이 지난 2025년이었다. 한때의 주도주가 장기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안겨준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상당히 예외적인 기업이다. 1999년 8월 한국전력을 제치고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이후 한국 증시의 대표주 자리를 지켜왔다. 닷컴 버블 당시 KT에 며칠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고 올해는 SK하이닉스의 도전도 받았지만 거의 3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한국 주식시장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산업의 흥망과 주도주의 교체가 반복되는 시장에서 이처럼 오랜 기간 위상을 유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상적이다.

주가의 장기 성과도 그렇다. 지난 9월 말 삼성전자 종가 26만 8500원은 주식분할 등을 감안하면 1975년 상장 이후 주가가 5967배 오른 결과다. 물론 반세기에 걸친 상승을 온전히 누린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창업자 일가와 같이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예외일지 모른다. 다만 투자 기간을 좀 더 좁혀도 성과는 만만치 않다. 최근 10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8.4배, 최근 5년 동안에는 3.6배 올랐다. 주식 투자자에게 5년이나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긴 기간도 아니다.

문제는 이 수익률이 결코 평탄한 길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나간 주가 그래프에는 상승 추세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실제로 통과했던 투자자에게 미래는 늘 불확실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찾아온다. 좋은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는 극심한 경기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 기업이 많은 돈을 벌더라도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다 다음 세대의 기술과 생산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새로운 설비가 가동되면서 공급이 늘어나면 반도체 단가가 떨어지고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곤 한다. 수급의 균형이 조금만 흔들려도 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는 일이 유난히 어려운 이유다.

2021년에도 반도체 ‘빅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팽배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어 10만원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당시 시장에서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은 각각 63조 3000억원과 69조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익은 43조 4000억원과 6조 6000억원에 그쳤다. 불과 몇 년 앞의 실적 전망도 이렇게 크게 어긋났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고점 대비 45%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주들이 느꼈던 절대적·상대적 박탈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새로운 호황의 동력이 됐지만 6월 고점 이후 7월 말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42.8% 하락했다. 최근에도 반도체주의 급격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호황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하락이 시작됐을 때의 공포는 더 크다. 다만 이런 극심한 변동성은 메모리 반도체 주식에 내재된 속성으로 봐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30% 넘게 떨어진 사례는 모두 11차례나 있었다. 올해 6~7월에 나타났던 조정도 실은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아주 이례적인 조정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현재의 우량주가 미래의 우량주라는 보장은 전혀 없고 주가가 보여준 과거의 퍼포먼스가 미래의 보증수표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극심한 부침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입지는 과거보다 강화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과거에 없었던 장기 공급계약, 본격화하고 있는 주주환원 등은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등락을 빠짐없이 맞히는 능력이 아닐지 모른다.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다시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이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좋은 기업을 찾아내고 투자했던 이유가 유효한지 점검하면서 시장의 변덕을 견디는 편이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투자 규모다. 아무리 좋은 기업의 주식이라도 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경기순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은 워런 버핏이 즐겨 투자했던 안정적인 소비재 기업들과는 속성이 다르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원하지 않는 매도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장기 보유는 애초에 어려운 선택이 된다. 특히 차입이나 레버리지 상품을 이용한 투자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여유를 빼앗는다.

훌륭한 기업을 고르는 것은 성공적인 투자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좋은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기업의 성장이 가져올 과실이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주주로 남아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예상하지 못했던 하락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어쩌면 장기투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주식을 선별하는 것과 더불어 계산하기 힘든 인내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자신의 투자를 설계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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