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충격에 뉴욕증시 또 하락...메가캡 조정 진입[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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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3.14 06:14:19

브렌트유 이틀째 100달러 상회...3년여 만 최고
전쟁 격화에 월가 변동성 급등...금리 인하 기대 약화
메가캡 지수 10% 급락 ‘조정장’...사모신용 시장 경고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뉴욕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빠르게 약화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6% 하락한 4만6558.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61% 내린 6632.19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93% 하락한 2만2105.36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장초반 상승세에서 반락…국제유가 상승세 부담

이날 뉴욕증시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 지출 둔화 등 일부 경제지표가 경기 과열을 완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하락하자 주식시장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대폭 확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전쟁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확대하고 이란 역시 추가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강화됐다. 장 초반 약 1% 가까이 상승했던 S&P500 지수는 결국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이틀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67%(2.68달러) 오른 배럴당 10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약 3년 만에 최고치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3.11%(2.98달러) 상승한 배럴당 98.71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 전쟁이 글로벌 원유 시장에 심각한 공급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는 이번 전쟁이 원유 시장 역사상 최대 수준의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가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백악관은 제재로 인해 유조선에 묶여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일부 국가들이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두 번째 허가를 발급했다.

유가를 낮추려면 이란전이 합의모드로 들어가야하지만 군사적 긴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해병 원정대(MEU)를 추가로 파견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공격이 이란을 상대로 한 최대 규모 작전이었다며 전쟁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약 1만50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옵션시장이 반영한 향후 시장 변동성 지표도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집계하는 자산시장 변동성 지수는 0.79까지 상승해 지난 4월 관세 충격 당시 기록했던 0.89에 근접했다.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등 주요 자산시장 전반에서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1.59% 하락한 가운데 애플(-2.21%), 알파벳(-0.58%), 마이크로소프트(-1.58%), 아마존(-0.89%), 메타(-3.83%), 테슬라(-0.96%)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 중심의 메가캡 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통상적인 의미의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을 바탕으로 시장 상승을 주도해왔던 기술주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상승 우려에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전쟁 장기화 여부가 향후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시장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며 “전쟁이 빠르게 끝나는 것이 금융시장에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지만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시장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황이 단순한 주식시장 조정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전략가는 최근 시장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한 긴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가 급등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美소비 둔화에 인플레 재가열...이란 전쟁 전부터 경기 탄력 약화

이란전이 장기화 조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 탄력은 이미 약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고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경제분석국(BEA)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0.7%로 수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발표된 잠정치 1.4%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1.5%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직전 분기 성장률이 4.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난해 말 크게 둔화한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2.1%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발표치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소비 지표 역시 둔화 조짐을 보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소비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수정된 이후 경기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월 기준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0.4% 올라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PCE 물가가 2.8%, 근원 PCE 물가는 3.1% 상승했다. 특히 근원 PCE 상승률은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노동시장 수요는 여전히 견조했다. 구인 건수는 증가하고 해고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1월 구인 건수는 695만 건으로 전월 655만 건보다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675만 건)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고 건수는 163만 건으로 감소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도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로 가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 55.5로 전월(56.6)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52.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동 전쟁이 유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는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과 고용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이 다음 주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중요한 수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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