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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령자 빚 10년새 4.2배, 개인만의 문제로 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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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06.26 05:00:00
고령층의 빚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금융부채가 405조 7000억원(지난 1분기 기준)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96조원에서 10년 새 4.2배나 불었다. 60세 이상의 자영업자도 이 기간에 184만 명에서 270만 명으로 늘어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정년퇴직 등 통상적인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 빚은 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는 고령층이 많다는 얘기다.

전에는 정년 이후의 노후가 생업 일선에서 물러나 삶을 정리하는 등의 시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다. 정년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족한 연금과 생활비, 자녀 지원 부담, 높아진 주거비 등이 맞물리면서 상당수 고령자가 창업이나 단기 일자리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은퇴 후 자영업의 상당수가 안정적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생활비를 위해 금융회사를 찾고, 사업이 어려워지면 다시 대출에 기대는 빚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함께 낸 ‘금융취약지수’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금융취약지수는 가계와 기업,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금리와 경기, 부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소득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의 부채 증가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우려스럽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 부채 문제는 개인의 생활고를 넘어 국가 경제의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연금개혁과 노후소득 강화, 고령층 맞춤형 일자리 확대는 물론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은퇴 후의 무리한 창업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금융회사들 역시 상환 능력을 면밀하게 따져 고령층 대출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건강과 의지가 있다면 사회 참여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면 건강한 사회가 못 된다. 노후 빈곤과 부채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근본 대책을 차분히 수립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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