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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에튀드, 거대 서사로 엮어내[문화대상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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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연 기자I 2026.10.06 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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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
쇼팽 연습곡에 저마다 색 입혀
슈베르트 소나타에선 투명 음색
앙코르 10곡… 다음 무대 기대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피아니스트 김세현의 워너클래식 데뷔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이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2007년생인 김세현은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고, 한국 클래식 음악의 다음 세대를 이끌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많은 클래식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첫 곡으로 연주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에서는 김세현의 투명한 음색이 돋보였다. 음악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여러 성부는 묻히지 않고 각자의 움직임을 들려줬다. 오른손의 선율과 그 아래에서 움직이는 내성, 베이스까지 각각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음향은 정돈돼 있었다. 화음 역시 하나의 덩어리로 지나가지 않았다. 음들이 만나며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채 변화가 순간순간 드러나면서 슈베르트의 화성은 투명하게 펼쳐졌다.

그럼에도 이날 공연에서 가장 강한 울림을 남긴 것은 2부의 쇼팽이었다. 특히 에튀드 Op.25 전곡에서 김세현이 가진 음악적 상상력은 인상적이었다. 우선 김세현은 이 열두 곡을 거의 쉬지 않고 이어 붙이다시피 연주했다. 한 곡에서 만들어진 긴장과 분위기가 다음 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서로 다른 열두 곡이 하나의 음악적 흐름 안에서 연결됐다.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그러나 더욱 특별했던 것은 연속성 자체가 아니었다. 각각의 에튀드에 서로 다른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열두 개의 연습곡을 열두 개의 살아 있는 음악으로 바꿔 놓았다. 어떤 곡에서는 가볍고 투명한 음형이 공기처럼 흩어졌고, 또 어떤 곡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울림이 만들어졌다. 또 김세현은 빠르고 어려운 음들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각각의 음형이 어떤 모습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집요하게 탐구했다. 덕분에 연습곡이라는 장르가 가진 반복과 피로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연습곡이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하나의 완전한 음악으로 들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연주는 이미 충분히 성공적인 셈이다.

특히 연습곡 11번이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 뒤에 마지막 12번을 곧바로 이어 연주한 순간은 이날 공연의 정서적 클라이맥스였다. 앞선 곡에서 축적된 긴장이 끊어지지 않은 채 마지막 곡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두 작품은 서로 독립된 연습곡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장면처럼 들렸다. 이 역시 단순히 곡을 연결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효과만은 아니었다. 두 곡이 지닌 서로 다른 성격과 에너지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연결하면서, 에튀드 전곡의 종결을 위대하게 들리게 만들었다.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지난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세현 피아노 리사이틀(사진=크레디아)
공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앙코르로만 무려 10곡이 이어졌다. 쇼팽의 왈츠, 마주르카, 녹턴, 전주곡을 비롯해 포레의 작품들까지, 사실상 또 하나의 작은 리사이틀이었다. 특히 쇼팽 전주곡 11번에서는 짧은 작품 안에 담긴 음악적 아이디어를 얼마나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는지 단시간에 보여줬다. 포레의 작품에서도 김세현의 색감은 다시 한번 빛났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화성과 음색을 따라가며, 피아노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빛을 능숙하게 꺼내 보였다.

이 10곡의 앙코르가 끝난 뒤에는 한 젊은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왔는지보다, 앞으로 그가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제 막 김세현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허명현
허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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