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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결정적인 변화는 소비자가 AI에 기대하는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의 30%는 AI 퍼스널 쇼퍼가 있는 스마트홈을 원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커머스가 결합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을 찾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AI가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을 감시하고 조건을 비교해 ‘대신 실행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추천을 넘어 행동하는 에이전트, 곧 에이전틱 커머스의 세계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세계에서 기업이 마주하는 상대는 더 이상 사람만이 첫 번째가 아니다. 사람을 대리해 구매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AI가 기업의 새로운 ‘첫 번째 고객’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AI는 인간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AI는 브랜드 친숙도나 광고 노출 횟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가격과 처리 속도, 정보의 최신성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이 스스로 하는 주장이 아니라 여러 신뢰할 만한 외부 출처가 일관되게 말하는 내용을 우선한다. 현재 시점에서 AI의 추천을 그대로 신뢰한다는 소비자는 24%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당수는 소셜미디어로 검증하거나 출처를 교차 확인했다. 하지만 AI는 곧 여러 곳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신뢰만을 통과시키는 까다로운 관문이 될 것이고 그 관문을 넘지 못한 기업은 상품의 우열과 무관하게 후보군에서 사라질 것이다.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를 맞아 기업은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기업은 지금부터 두부류의 고객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인간과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업을 읽어 들이고 판단하는 AI다. 기업은 이제 사람을 향한 메시지와 기계가 인용할 수 있는 정보의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는 정돈되지 않은 정보를 무시하고 기업의 자기 주장보다 타인의 일관된 평가를 우선한다. 언론과 전문가, 실사용자의 목소리가 여러 채널에 일관되게 축적되어 있는가가 추천 가능성을 가른다. 금융, 통신, 소비재처럼 거대한 산업 안에서도 상품의 차별화 여지가 좁고 정보 비교가 구매를 좌우하는 영역부터 같은 질서가 빠르게 시장을 재편할 것이다.
그런데 AI가 읽을 수 있도록 정보를 구조화한다는 것이 단순히 기업의 언어를 기계의 언어로 갈아 끼우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무엇을 핵심으로 내세울지, 어떤 신뢰를 어디에 쌓을지, 어떤 약속을 일관되게 지킬지를 분명히 하는 일. 이것은 기계를 위한 정리이기 이전에 사람에게 더 정직하게 닿기 위한 설계가 된다. 실행과 비교, 탐색의 수고를 AI에 넘길수록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정하는 설계의 책임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진다. AI가 이해하지 못한 기업은 사람에게도 닿지 못한다. 이제 기업이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할 첫 번째 고객은 사람이 아니라 A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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