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회복의 효과는 정부의 단기 자금 사정에서 바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꺼내 쓴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세수 회복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개선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법인세가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재정 운용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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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재정경제부의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수입은 216조 7000억원으로 소득세 180조원을 36조 7000억원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법인세 수입이 2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처음이며, 소득세를 추월하는 것은 2012년 이후 15년 만이다.
법인세 증가 폭도 이례적이다. 반도체 경기 부진 여파로 법인세 수입은 지난 2022년 103조 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 4000억원, 2024년 62조 5000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2025년 84조 6000억원,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01조 3000억원으로 회복했다.
세수 여건이 좋아지면서 정부가 한은에 손을 벌리는 규모도 줄었다. 이데일리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1~8월 한은 일시 대출 누적액은 76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5조 5000억원보다 69조 3000억원, 47.6% 감소한 수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은 세금이 국고에 들어오는 시점과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는 시점 사이에 생기는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메우는 수단이다. 개인이 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필요할 때 돈을 꺼내 쓰는 것과 비슷해 ‘한은 마통’으로 불린다.
최근 수년간 급증했던 차입 규모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1~8월 누적 차입액은 2022년 34조 2000억원에서 2023년 113조 6000억원, 2024년 127조 9000억원, 지난해 145조 5000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는 76조원대로 내려와 202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차입이 발생한 달도 지난해 7개월에서 올해 5개월로 줄었다.
빌리는 돈은 줄었지만 차입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올해 1월 연 2.524%였던 한은 대정부 일시대출 금리는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해 연 2.828%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일시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589억2000만원이다.
◇한은 차입 줄었지만…반도체 의존 재정은 숙제
차입 규모를 줄였지만 세수 변동성은 우려 요소다. 법인세가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의 실적에 크게 좌우되면 경기 상황에 따라 정부 재정도 함께 출렁일 수 있다. 반도체 불황기에는 기업 이익 감소가 법인세 감소와 세수 결손으로 이어지고, 호황기에는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특히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구조적인 세입 증가로 판단해 지출을 확대할 경우 이후 반도체 경기가 꺾였을 때 재정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일시적인 ‘초과 세수’와 지속 가능한 세입을 구분해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안정화 장치로 활용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일부 쌓아두고 경기 둔화나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때 재정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 폭은 이례적이지만 업황 변화에 따라 지속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세수 증가의 규모와 불확실성이 모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만큼 재정 여건 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사용액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수십조원의 단기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세입 확충과 재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필요한 차입과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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