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내게 한국은 너무 좁소"…'싼타페 동생' 투싼의 화려한 가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배운 기자I 2026.10.08 05:00:0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베이비 싼타페'로 출발해 글로벌 대표 SUV로 성장
누적판매 1060만대 돌파…전체 판매 91% 해외서
美서 222만대…5년 연속 현대차 글로벌 판매 1위
5세대 디 올 뉴 투싼으로 베스트셀러 신화 잇는다

[뉴욕(미국)=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이 있다. 현대자동차 투싼이 이 말을 들었다면 “그게 무슨 망발이냐”며 펄쩍 뛰었을 법하다. 처음에는 형 싼타페의 위광에 눌렸지만,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형을 앞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전시된 5세대 '디 올 뉴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전시된 5세대 '디 올 뉴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투싼은 2004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 ‘싼타페 동생’, ‘베이비 싼타페’라는 별칭이 붙었다. 생김새는 형을 닮았지만 덩치와 이름값에서는 밀렸다. 심지어 옆집에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기아 스포티지까지 떡 버티고 있었다. 두 걸출한 형님의 위세에 가려 투싼이 온전히 제 이름을 떨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나자 투싼의 처지는 달라졌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누적 1000만대 넘게 팔렸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현대차 차종별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기죽은 동생이었지만 집 밖 세계 무대에서는 큰형님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1세대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1세대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투싼은 2004년 3월 프로젝트명 ‘JM’으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명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휴양도시 투손에서 따왔다. 당시 국내 SUV 시장에서는 크고 묵직한 차가 유행했지만,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레저 활동 확산으로 승용차처럼 편안한 SUV를 찾는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투싼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아반떼 XD 계열의 전륜구동 플랫폼과 모노코크 차체를 활용해 승용차에 가까운 승차감과 다루기 편한 크기를 갖췄다. 1세대 투싼의 전장은 당시 싼타페보다 175㎜ 짧았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10㎜ 길었다. 작은 차체 안에서도 실내 공간을 알차게 뽑아낸 것이다.

같은 해에는 기아의 2세대 스포티지도 등장했다. 두 차는 플랫폼과 엔진 등 주요 부품을 공유한 형제차였지만 시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경쟁 상대였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치열하게 맞붙으며 국내 준중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갔다.

현대자동차 2세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2세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세대별 실적을 살펴보면 투싼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해외 생산 기간까지 포함해 1세대는 약 13년 동안 162만대, 2세대는 약 10년 동안 250만대가 팔렸다. 3세대는 판매 기간이 8년에 불과했지만 312만대를 기록했고, 4세대는 올해 8월까지 약 6년 8개월 동안 337만대가 판매됐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차를 팔아치운 것이다.

투싼은 특히 국내보다 해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04년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061만 6102대를 기록했다. 중국 전용 모델인 ix35 판매량까지 합치면 1117만 151대에 달한다. 아반떼와 엑센트에 이은 현대차그룹 역대 세 번째 1000만대 모델이자, 국산 SUV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특히 중국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체 판매량의 91%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국내에서 한 대가 팔릴 때 해외에서는 열 대가량 팔린 셈이다.

현대자동차 3세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3세대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투싼의 ‘화려한 가출’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현지 생산 확대였다. 2005년만 해도 해외 판매분 대부분을 한국에서 생산해 현지 공장 생산 비중은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비중은 2010년 44.2%, 2016년 73.1%로 뛰었고 2023년에는 76.0%까지 높아졌다.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차를 넘어 각 지역의 수요와 환경에 맞춰 현지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모델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관세와 환율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도 유리했다.

투싼이 가장 크게 성공한 무대는 미국이다. 2004년 현지 진출 이후 올해 8월까지 미국 누적 판매량은 222만 7154대에 달한다. 중국 전용 모델을 포함한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19.9%에 해당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4세대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4세대 투싼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최근에는 매년 20만대 넘게 팔리며 현대차의 미국 판매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넉넉한 공간과 합리적인 가격, 높은 안전성 등 패밀리 SUV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전략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통했다는 평가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투싼 하이브리드가 처음 판매된 2021년에는 전체 투싼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3%에 그쳤다. 이 비중은 2022년 17.8%, 2023년 19.2%로 꾸준히 높아졌고 2024년에는 32.5%까지 뛰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5세대 ‘디 올 뉴 투싼’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열었다. 미국은 투싼의 최대 단일 시장이자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SUV로 성장한 투싼의 새로운 세대를 소개하기에 뉴욕만큼 어울리는 무대도 없었던 셈이다.

현대자동차 5세대 신형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5세대 신형 투싼 (사진=현대자동차)
신형 투싼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아트 오브 스틸’을 반영해 정통 박스형 SUV로 변신했다. 전장 4700㎜, 전폭 1905㎜로 차체를 키워 실내 공간도 한층 넓혔다. 현대차 SUV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도 탑재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번 투싼은 우리가 만든 역대 모든 투싼 가운데 최고”라며 “판매 목표에는 한계가 없다. 딜러들이 매일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수요가 넘쳐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집에서는 얌전한 동생이었지만 타향에서는 집안의 이름을 드높인 효자가 됐다. 지난 22년을 돌아보면 투싼의 ‘가출’ 화려하고 성공적이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