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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원전 사업 갈등에 韓 신뢰 흔들…정부 중재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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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6.11.03 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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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산업부에 재협상 중재 공식 요청…결국 정부 주재로
15개월간 91차례 협상에도 결렬…공사비·계약조건 놓고 평행선
한수원은 신규 입찰 고수…26조원 사업 차질 우려
김정관, ‘한수원 판단 존중’서 ‘책임·리더십’ 강조로…정부 판단 주목
정부 비상관리체제 가동…원전 수출 신뢰도 유지 시험대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간 갈등이 정부의 중재 여부로 옮겨붙고 있다.

시공계약 협상 결렬로 설계와 인허가 등 후속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 간 갈등이 한국 원전 수출의 신뢰도를 훼손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통상부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동일 차관 주재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김회천 한수원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존 시공계약 협상 종료에 따른 주요 업무 수행 방안과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 및 소요 기간, 주요 사업 일정 준수 방안 등을 논의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동일 산업통상부 차관 주재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 긴급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동일 산업통상부 차관 주재로 ‘체코 원전 프로젝트 긴급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산업통상부)
이번 회의는 한수원이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을 최종 종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측은 공사비와 계약조건을 놓고 장기간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추진하는 한편 필수 인허가 등 주요 업무를 직접 수행해 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협상 종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이날 오전 산업부가 직접 중재에 나서 기존 시공계약을 재협상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한수원의 사전작업착수지시에 따라 체코 현지와 국내에 인력 및 장비를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협상 종료와 기존 협약 해지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는 의미다.

반면 한수원은 계약 원칙과 사업 일정 준수를 이유로 기존 시공사와의 협상을 더 이상 연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양측은 2022년 최초 입찰 과정에서 총액확정계약 방식에 합의했지만 이후 시공사가 설계 물량 증가에 따른 정산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확대됐고 결국 협상 종료에 나섰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정부의 역할이 복잡해졌다. 대우건설은 신규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계약조건을 수용할 업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입찰이 유찰될 경우 사업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부가 기존 협상 과정과 최종 제안서를 직접 검토해 재협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배경이다.

한수원은 경쟁입찰로 전환하면 계약금액과 조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전설명회를 통해 공사범위와 기술요건, 주요 계약조건을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신규 입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코 원전사업은 한국 원전 수출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시공사 교체가 장기화할 경우 설계와 인허가, 공정관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수원 역시 체코 현지 설계문서 제출이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향후 사업 일정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로서는 사업 일정 준수와 국내 기업 간 갈등 조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장관이 강조해 온 ‘팀코리아’ 협력 기조와 계약 원칙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향후 시공사 선정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 장관의 메시지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김 장관은 협상 종료가 발표된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신규 시공사 선정이 불가피하다는 한수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가 사흘 뒤인 이달 1일에는 “개별 계약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한수원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당초 사업 일정 준수와 신규 시공사 선정의 불가피성에 무게를 뒀던 김 장관이 이후에는 한수원의 갈등 조정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이를 기존 시공사와의 재협상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산업부는 장·차관이 매주 사업 현안을 직접 점검하는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했다.

산업부는 “대우건설로부터 한수원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간 시공사 협상 중재 요청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라며 “양사간 원활한 협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해왔으나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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