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웰스토리 김진현 '만두원정대' 팀장
'음식 귀신' 5명이 쓴 본격 푸드디깅북 '만두원정대'
6개월간 서울·제주·홍콩·상하이 돌며 만두 110종 먹어
만두 맛집부터 기원·역사·종류·공정·시장규모까지 담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김 팀장은 ‘만두 피로증’에서 회복 중이다. 만두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지난해 평생에 걸쳐 먹을 만두 200kg을 6개월 만에 먹어치워서다. 국내 1인당 연간 만두 소비량이 2.2kg(‘23년)인 것을 고려하면 100년에 먹을 만두를 180일 만에 흡입한 셈이다. 이렇게 밤낮으로 입에 밀어넣은 냉동만두만 110여종, 방문한 만두집도 서울에서 제주까지는 물론 홍콩과 상하이의 노포부터 프랜차이즈까지 100여곳에 달한다. 밤마다 호텔에서는 냉동만두를 종류별로 쪄먹기 위해 캐리어 하나를 전기 찜기로 꽉 채워 가져갈 정도였다. 이 모두가 만두 맛집을 엄선하는 동시에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실은 잘 모르는 ‘만두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빚어내기 위해서다. 국내 급식 1위 업체 삼성웰스토리가 업계 최초로 펴낸 본격 음식탐구서(푸드디깅북) ‘만두원정대’ 탄생 스토리다. 좋은 먹거리 발굴의 도사 5명이 뭉친 만두원정대의 김진현 팀장(가공MD1그룹 프로)을 지난 7일 강남구 한 찻집에서 만났다.
| 왼쪽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웰스토리 서나윤 프로, 조은혜 프로(디자인), 최혜원 프로(출간), 원철수 프로, 조아현 프로, 김진현 프로, 임현아 프로 (사진=삼성웰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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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을 발굴(MD)·구매하고 판매촉진(마케팅)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 품목에 대한 지식은 많은데 정작 지식이 흩어져 있어 한곳에 모아 정리하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삼성웰스토리는 깊이와 재미를 담은 음식 전문 서적을 통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꾀한다는 취지에서 푸드디깅북 시리즈를 시작했다. 사내 공모전에 총 99명, 23개팀이 지원했다. 심사와 투표를 거쳐 만두원정대 등 5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 김 팀장이 이끈 만두원정대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올드보이의 대수처럼 만두에만 미쳐 살았다.
왜 만두였을까? 그는 “만두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고 국내 유통 중인 냉동식품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대중적”이라며 “세계 어디에나 만두로 분류될 수 있는 음식이 있고 각 나라 문화와 식습관에 따라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변형돼 흥미롭다”고 했다. ‘전분 피에 고기나 야채 소를 넣어 빚은 음식’으로 정의되는 만두는 자오쯔(중국), 만트(튀르키예), 펠메니(러시아) 등 지역에 따라 명칭과 맛은 다르지만 보편적이다. 동시에 만두에 김치를 넣는 국내와 달리 바다와 인접한 상해는 특산품 게살을 가득 채운다거나, 베트남은 라이스페이퍼를, 유럽은 듀럼밀로 만든 피를 사용하는 등 조리법도 다양하다. 국내 냉동 만두시장(소매기준)은 5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냉동식품의 25%(1위)를 차지해 산업적으로도 중요하다. 외식 소비를 뺀 순수 소매 기준 국내 1인당 연 만두 소비량은 2.2kg으로 중국(1.2kg)의 2배, 일본(4.4kg)의 50% 수준이다. 통상 600~800g의 냉동만두 1봉지를 기준으로 전국민이 분기당 만두 1봉지를 먹는 셈이다.
| (사진=삼성웰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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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이만큼 대중적이나 모르는 부분도 많다. 그는 “우리는 모든 만두를 만두라고 하지만 중국에서 만두의 사전적 의미는 만두소가 들어가 있지 않은 찐빵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즐겨 먹는 반달 모양 만두는 중국에선 교자(자오쯔) 라고 부르고 큰 찐빵 안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 있는 만두는 포자(빠오즈)라고 하며 만두소가 없는 것을 만두(만토우)라고 칭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기억에 남는 만두 맛집으로 경기도 양평의 ‘밀곳’을 픽했다. 그는 “수제 만둣집으로 밀가루와 전분을 적절하게 섞은 만두피가 굉장히 얇아 만두소 식감과 맛을 충분히 살렸다”며 “덩어리째로 썬 아주 많은 고기가 후추, 마늘, 야채 육수와 만나 알싸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하다”고 했다. 다른 팀원 4명은 대구 ‘미성당’의 납작만두, 부산 ‘신발원’의 군만두, 천안 ‘이고집만두’의 굴림만두, 익산 ‘고려당’의 찐빵만두를 꼽았다.
“국내에 만두 맛집 책은 있을지언정 제조 관점에서 역사, 기원, 생산방법, 인프라, 시장규모 등을 담은 책은 단 한 권도 없습니다. 만두 맛집을 가볍게 찾아보고 싶은 분에게나 식품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만두를 깊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 있게 권합니다.” 만두원정대는 지난해 10월말 출간 돼 1달 만에 1쇄(1000권)가 다 팔리고 2쇄가 찍혔다.
| (사진=삼성웰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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