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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1조 6항은 운송사업자로 하여금 좌석 안전띠(안전벨트)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운송사업자는 6세 미만 승객을 위해 유아보호용 장구(카시트)도 장착할 수 있는 상태로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개정안 적용 당시 카시트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단속을 3년간 유예했다.
문제는 법 공포 후 7년이 흐른 지금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서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는 좌석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키오스크로 대전행 버스 13대의 좌석을 조회했을 때 카시트를 이용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한 개도 안내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버스 예매 때 카시트용 좌석이 어디에 있는지를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18개월 된 자녀가 있는 강희원(42)씨는 “버스를 예매할 때 어떤 좌석에서 카시트를 쓸 수 있는지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며 “아기띠를 하고 타야 하니까 아이와 이동할 때는 거의 자가용을 찾게 되는데 차가 없는 집은 이런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김근오(59)씨는 “명절에는 가족단위로 (버스를) 많이 타는데 손주와 타게 되면 불안할 것 같다”며 “지금 출생률이 낮아서 세금을 엄청 쓰는데 이 정도도 안 지키면 정부의 의지가 의심받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2021년부터 카시트용 좌석을 포함한 버스가 생산되고 있다”며 “카시트 안전띠는 보통 7번이나 13번 좌석에 있고, 예매 애플리케이션이나 유선으로 승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후 경제사정이 어려운 업체가 많아서 신규 차량 도입이 더디다”고 말했다. 또 “해당 좌석을 이용하려는 승객은 미리 업체에 연락한 뒤 카시트를 직접 가지고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공단이 경기도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2015년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뒷좌석 어린이가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은 채 충돌사고를 겪을 경우 머리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카시트를 착용할 때(5%)보다 20배(98.1%) 가까이 증가했다. 당시 실험과 관련해 교통안전공단은 어린이가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고 성인용 안전띠만 착용하면 어깨 벨트가 목을 감거나 골반 벨트가 복부로 미끄러져서 장 파열 등 복합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5.5배 정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홍보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부터 지적된 문제인데 국민도 제도 변화를 잘 모르는 문제가 있다”며 “담당 부처나 교통안전공단에서 관련법에 대해 대국민 홍보에 힘쓰고, 차량 체크리스트에 카시트 설치 의무를 포함해서 사업체에 대한 사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