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교전에 들어가면서 지난달 17일 양국 간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한 달도 안 돼 휴지조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MOU는 종전이라는 본계약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맺은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MOU상 휴전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7일 이후 여섯 차례 이상 이란에 강도 높은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란도 이에 맞서 바레인·쿠웨이트·카타르·요르단 등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을 공격했다. 이란이 미국의 중단 요구에도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공격을 계속하자 미국이 응징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악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물류에서 비중이 절대적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난 12일 “미국이 호르무즈 개입을 중단할 때까지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미군 중부사령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해상 교통 봉쇄에 나섰다. 그 충격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도 고유가 부담 등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파급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 화물에 대해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대가로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폭탄선언이 그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낼 수 있는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애초에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명분인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 보장’ 원칙에도 크게 어긋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이용 국가들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에 대응해 관련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석유 등 에너지 수입의 중동 의존 비중을 낮추기 위한 수입처 다변화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유가와 고물류비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도 신경써야 한다. 글로벌 물류 혼란이 기업들의 무역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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