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메가 특구 만든다며 주 52시간 고수, 그래도 '특구' 인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논설 위원I 2026.09.18 05:00:04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거점을 키우기 위한 ‘메가특구특별법’에 노동 특례를 넣는 문제를 놓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연구개발·전문인력의 주52시간 예외, 선택근로제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파견 허용업무 확대 등이 논의 대상이다. 정부는 아직 결론을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특구를 왜 만드는지부터 분명히 할 때다.

메가특구는 기존 제도로 가능한 일을 그대로 하자는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대규모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반도체·AI·바이오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재정·금융·인프라 지원에 각종 규제 특례까지 주겠다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이 핵심 애로로 꼽는 노동시간과 인력 운용 규제는 그대로 둔다면 ‘특구’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은 일반 생산직과 업무 특성이 다르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할 때는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기가 생긴다. 경영계가 전문·관리·R&D 인력 등을 대상으로 주52시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선택근로제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모든 근로자에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할 수도 없다. 적용 대상을 고소득 전문직과 연구개발 인력으로 제한하고, 본인 동의와 건강보호 장치를 전제로 예외를 설계하면 된다. 규제 완화와 근로자 보호를 양자택일로 볼 이유가 없다. 사회적 대화도 의미 있지만 대화 자체가 목적이 돼 결정을 미루는 장치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민주당은 이달 법안 발의와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 결정은 한국의 사회적 논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구는 이름이 아니라 차별화된 제도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토지와 세금에서는 특례를 준다면서 노동 규제만 기존 틀을 고집한다면 기업이 그곳에 투자할 이유가 줄어든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계 입장을 듣되 산업 현장의 필요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메가특구를 만들겠다면 적어도 첨단 연구개발 현장에는 일할 방식의 선택권부터 넓혀야 한다. 기존 규제를 그대로 둔 특구라면 무슨 소용인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