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설립 초기부터 삼성전자의 핵심 공정기술을 빼내 제품 개발에 활용하려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삼성전자 전직 직원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서 CXMT 경영진이 삼성의 18나노 D램 제조 공정 정보인 PRP를 확보하려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5년간 약 1조 6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 자산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전략산업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CXMT는 2016년 설립된 뒤 불과 10년 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D램 4위로 올라섰다. 지난 1분기 매출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도 8%에 달했고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상장해 막대한 자금까지 확보했다. 이런 급성장의 배경에 한국 기업의 국가 핵심기술 유출이 있었다는 의혹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삼전닉스’의 D램 관련 핵심기술을 CXMT에 넘긴 혐의로 전직 임직원들을 기소한 바 있다.
이런 일이 과연 반도체에서만 벌어졌을 것인가. 배터리·디스플레이·조선·원전·인공지능·바이오 등 한국이 어렵게 쌓아 올린 첨단기술 곳곳이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기술 하나를 개발하는 데 기업은 수년, 때로 수십 년과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다. 그것을 몇 명의 기술자와 파일 몇 개로 해외 경쟁사가 단박에 가져간다면 국가 산업경쟁력의 토대가 무너진다.
정부는 이를 개별 기업의 보안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은 총체적 국가안보의 문제다. 산업기술보호법상 해외 유출 처벌이 강화됐지만 법정형만 높여 놓고 실제 처벌과 예방이 따라가지 못하면 별 소용이 없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고의적 산업스파이에 대해 범죄 수익과 국가 경제 피해에 걸맞은 책임을 단호히 물어야 한다. 정보기관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졌다. 해외 인력 스카우트, 위장 연구 협력, 협력업체를 통한 우회 유출 등 위험 신호를 더 촘촘히 포착해 기업의 기술 보안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새고 있을지 모를 국가 전략기술을 지키는 일을 경제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국내외 모든 법으로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를 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