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는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어 주식시장엔 호재지만, 국채금리가 치솟을 경우 대출금리 상승 여파가 더 크기 때문에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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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물 국채금리 5% 재돌파..10년물도 4.6% 근접
미국 국채 수익률이 다시 치솟으면서 투심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1.8bp 상승한 5.085%로, 다시 5%를 돌파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이고, 연중 최고치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도 11.6bp 올라 4.597%에 도달하며, 4월 시장 불안을 초래했던 수준으로 복귀했다. 연방준비제도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수익률은 5.2bp 상승해 4.022%를 기록했다. 다시 4%대를 넘어선 것이다.
투자자들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감세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이는 지난 주말 이뤄진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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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은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영향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논의 중인 감세안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수조 달러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이번 주 초 법안 초안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향후 10년간 3조 달러 이상 적자를 추가로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부르는 이번 감세안과 관련해 공화당 내부의 갈등이 이어지자 채권 시장은 또다시 불안정해졌다. 트럼프는 화요일 의회를 직접 방문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금이 오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공화당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며,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메모리얼 데이 이전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UBS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헤이펠레는 메모에서 “무디스의 강등 이후 초기에는 국채 매도가 제한적이었지만, 예산 협상이 본격화된 4월 말 이후부터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 법안은 향후 10년간 미 연방 재정적자(총 36조 달러 규모)에 수조 달러를 더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국채 발행량 증가로 이어져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MO 캐피털 마켓의 금리 전략가 이안 링겐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정책이 시장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국채 시장을 통해 판단한다면, 이번 30년물 수익률의 급등은 분명히 우려할 만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20년물 국채입찰 부진 쇼크…급격히 꼬리든 국채금리
트럼프 감세안에 대한 우려 속에 이날 진행된 미 재무부의 20년만기 국채입찰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국채금리를 대폭 끌어올렸다. 미 재무부는 이날 오후 1시 총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신규 발행 국채를 시장에 매각했지만 낙찰 수익률은 5.047%를 기록했다, 최근 여섯 차례 평균치였던 4.613%를 크게 웃돌았고 입찰 직전 시장 수익률보다도 0.011%포인트 높았다. 미 재무부가 20년물 국채를 5% 이상의 수익률로 발행한 것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수익률이 높게 설정된 것은 재무부가 채권 매입을 유도하기 위해 더 높은 이자(프리미엄)을 제시해야했고, 이는 수요가 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국채경매는 통상적인 재정 조달 절차였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번 입찰은 특히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강등했던 상황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에 대한 시험대였던 셈이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현재 논의 중인 재정정책만으로는 필수지출과 적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개선이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감세안을 간접적으로 꼬집었는데 시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픈AI ‘애플 디자인 전설’ 스타트업 인수에…애플 2.3%↓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부담해야하는 금리가 오르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아울러 국채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자산인 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주식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주식시장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술주들은 대체로 하락했다. 아마존(-1.45%), 엔비디아(-1.92%), 마이크로소프트(-1.22%), 테슬라(-2.68%) 등이 크게 하락했다.
애플 주가는 2.31% 하락했다. 챗GPT개발사 오픈AI가 이날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AI 기기 개발 스타트업 ‘io’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게 영향을 미쳤다. 오픈AI는 스타트업 io를 전액 주식 거래로 인수하기로 했으며, 이는 거의 65억달러로 오픈AI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다.
아이브는 과거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 창업자와 수년간 협력해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기기 개발을 주도한 뒤 2019년 애플을 떠난 천재적인 디자이너다. 아이브는 이후 애플 출신의 스콧 캐넌, 에번스 핸키 등과 함께 스타트업 io를 공동 설립하고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위한 제품들을 개발·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오픈AI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내에 AI 기반 기기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트먼과 아이브의 협력이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애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애플워치, 노트북, 아이패드 등 자사 디바이스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애플이 자체 AI 소프트웨어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얼마나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해왔다. 하지만 해당 소프트웨어의 출시 속도는 월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달러 동반 약세…달러인덱스 100 아래로
달러 역시 국채와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0.51% 하락한 99.60을 기록 중이다. 달러 약세에 달러·엔 환율은 143.60엔까지 뚝 떨어졌다(엔화강세). 원·달러 환율도 1376원까지 내려갔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46달러(0.74%) 내린 배럴당 61.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0.47달러(0.72%) 하락한 64.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늘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