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당장 소득이 줄지 않더라도 지갑을 닫는 가계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가계소득과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산 손실까지 겹치면 수출과 내수의 온도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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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80.83포인트(1.46%) 내린 5469.47로 장을 마쳤다. 지난 2일(7003.74)보다 21.9%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9114.55)와 비교하면 40.0%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 종목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국내 소비가 증시 급락 이전부터 부진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감소했다. 7월(-2.6%)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승용차·가전제품 등 내구재(-4.5%)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6%) 판매가 동반 감소했다. 백화점(-6.4%)과 대형마트(-5.9%) 판매도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2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개선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소비 회복세는 완만하다고 진단했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과 미약한 임금 상승세가 가계 구매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투자 손실은 가계가 지출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추가 요인이 될 수 있다. KDI는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돼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서비스 소비가 둔화하면 민간소비 개선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증시 급락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 회복 속도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 온기, 가계소득으로 이어져야”
과거 국내 증시 급락기에도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사례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코스피는 한 달간 23.1% 하락했고, 당시 소비재판매도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2년 9월에도 코스피는 12.8% 떨어졌고,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줄었다. 10월에도 소매판매가 0.2% 감소하며 부진이 이어졌다.
해외에서는 주가 급락이 소비에 미칠 영향을 추정한 연구도 나왔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진은 지난 9월 발표한 ‘주식시장 하방 위험과 소비(Downside Risk to the Stock Market and Consumption)’ 보고서에서 주가 하락 폭에 따른 미국 가계의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5% 하락하면 미국의 연간 실질소비 증가율이 과거 평균(2.75%)보다 3.0%포인트 낮은 -0.2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주가 하락 폭이 35%, 50%로 확대되면 소비 증가율도 각각 3.86%포인트, 5.1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계의 자산구조 등을 반영한 가상 시나리오지만, 증시 급락이 소비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소비가 안정적으로 회복되려면 주식시장 여건과 함께 가계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출기업의 실적 호조가 성과급과 배당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일감, 고용과 임금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가 단기간에 20% 넘게 하락하면 가계의 자산가치가 줄어들고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증시 불안이 장기화하면 자산효과가 약화돼 소비 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증시 불안은 여전히 변수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발표한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배당 확대와 정부의 가계 지원 등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주가 조정과 주가 반등 기대 약화, 주식투자 손실을 본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 지연 등은 향후 소비 개선을 제약할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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