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던컨 웰던|360쪽|윌북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1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까지 발발하며 전 세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피와 살육으로 가득한 전쟁은 도대체 왜 계속 되는 걸까. 경제학자이자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특파원인 저자는 파괴적인 역사 뒤에는 언제나 정교한 경제학적 계산이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1000년 전 바이킹 시대의 약탈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인류사를 뒤흔든 폭력과 전쟁을 ‘유인’(incentives)과 ‘제도’(institution)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풀어낸다. 전쟁이 지도자의 도덕적 광기나 폭거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전쟁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만, 동시에 제도의 발전과 진보를 가져오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중세 유럽의 경제 구조를 바꿔놓은 건 ‘데인겔드’(바이킹의 약탈을 멈추기 위해 통치자들이 바친 조공)였다. 위협에 굴복해 재산을 내어준 행위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여겨져 왔지만, 오히려 현실은 반대였다. 바이킹이 조공받은 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유럽은 생산·무역·인구 측면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책은 1,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전쟁에서 개인과 국가가 내린 판단과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분석하면서 오늘날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폭력적인 전쟁을 냉정하게 해부한 저자는 “결국 전쟁은 구조와 선택의 문제였다”고 봤다. 세계가 전쟁으로 치닫는 오늘날, 냉철하게 정세를 바라보는 통찰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