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압박에 잠깐 어렵겠지만…자력 발전 가능하다”

이명철 기자I 2025.01.05 14:18:51

[만났습니다]③ 한팡밍 “中 경제·과학기술 힘 커져”
“트럼프, 러-우 전쟁 등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 많아”
“한·중 영향력 있어, 직접 북한과 접촉하진 않을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 몇 년간 경기 침체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은 올해 큰 변곡점을 맞게 됐다. 바로 미·중 갈등의 시작을 불렀던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중국 압박이 예상되면서 올해 중국의 대외환경은 크게 악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팡밍 차하얼학회 회장이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 등 국제관계 관련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의 한팡밍 회장은 “1기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관세 인상은 물론 첨단기술 수출 통제까지 하고 있다”며 “(향후) 미국의 억압으로 중국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내에서도 미국의 대(對)중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선 최소 3조위안(약 6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달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곧바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 회장은 “트럼프는 취임 후 국내 문제와 지정학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우 전쟁은 미국이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다. 한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러-우 전쟁을) 24시간에 끝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를 선거용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1000여일간 전쟁으로 고통받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상처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가 모두 받아들일 방안을 제시하려면 정치적 지혜와 타협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중국이 마냥 피해만 보진 않을 것이라는 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은 거대한 경제 시장으로서 40년 이상 발전을 거쳐 경제와 과학 기술이 상당한 힘을 갖게 됐다”며 “중국은 미국과 서방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앞으로 미·중 관계에 어려움과 도전이 가득하겠지만 미국이 일명 ‘선’을 넘지 않는다면 큰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이야기한 ‘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측에 전달한 4개의 레드라인(대만 문제, 인권, 제도, 발전 권리)을 의미한다.

한 회장은 “앞으로 많은 어려움, 도전 등 예상치 못한 많은 돌발 사건들이 생기겠지만 평화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최대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과 중국이 더 많은 교류를 하기 위한 여지도 있다. 한 회장은 “중국과 미국은 단순한 정치·경제·무역 교류 그 이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양측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선을 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과 중국에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도 한 북한 문제는 미국이 당장 개입할 여지는 적다는 판단이다.

한 회장은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매우 큰 영향력과 발언권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이해당사자인 한국을 패싱하고 일방적 거래를 성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한반도)의 안보는 동북아 지역 전체와 세계의 평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전쟁이나 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될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지역 안정을 위해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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