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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험의 공정성부터 지켜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스마트 안경을 수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했다. 11월 19일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이러한 지침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반면 일반 안경 착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감독관에게만 판단과 책임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막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AI가 답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시험이 무엇을 확인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시험이 평가하려는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목적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교육평가에서 말하는 타당성의 문제다. 선다형(객관식) 문항도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지만 정답 선택만으로 모든 실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학습 목표에 따라 상황 제시형 문항, 직접 수행, 구술 확인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수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평가는 배움의 방향을 정한다. 정답 암기에 보상이 집중되면 학생은 답을 외우고 근거를 설명하고 판단하도록 평가하면 이해와 탐구에 힘을 쏟는다. AI 시대에는 이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AI가 과제를 잘 끝내준다고 해서 학생이 잘 배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이 소개한 튀르키예의 고등학생 수학 실험에서 일반 챗봇을 사용한 집단은 미사용 집단보다 연습 문제 성적이 약 48% 높았지만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약 17% 낮았다. 반면 AI가 정답 대신 단계적 힌트를 제공한 집단은 연습 문제 성적은 높았지만 AI 없는 시험에서는 미사용 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한 연구의 결과지만 시사점은 크다. AI로 과제를 잘 수행했다고 해서 학생의 능력까지 향상됐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먼저 AI의 답을 이해하고 오류를 가려낼 기초지식과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 이어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근거를 따져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한다. 나아가 AI를 활용해 대안을 탐색하되 결과를 검증하고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AI 시대에 가르쳐야 할 것은 정답을 빨리 얻는 기술만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더라도 생각의 주도권은 학생에게 있어야 한다. 수업에서는 학습목표에 따라 AI 활용 범위를 달리할 수 있다. 원리를 익힐 때는 직접 풀고 설명하게 하며 탐구 과제에서는 AI의 제안을 비교해 채택하거나 이를 거부한 이유를 밝히게 해야 한다. 교사는 정답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이 질문하고 검증하며 생각을 고쳐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AI를 활용하는 평가는 학생의 AI 활용 과정과 검증, 최종 판단을 살펴야 한다. 학생의 제출물만으로 부족하다면 수업 중의 수행 과정이나 짧은 구술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평가 원칙과 사례, 연수를 지원해야 한다.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는 AI 활용이 필요한 직무의 경우 활용·검증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고안해 시범 적용해야 한다.
AI 안경을 막는 것은 오늘의 시험을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내일의 교육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며 새롭게 길러야 할 것은 그 힘으로 AI를 활용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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