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장례 치러야"…휴전에 기쁨의 눈물 흘린 가자지구

이소현 기자I 2025.01.16 08:03:45

15개월 만에 가자휴전 합의 소식에
안도감·슬픔 뒤섞인 감정 표출한 주민들
전 세계 지도자들 인도적 지원 뜻 밝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에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지지구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환호로 들썩였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휴전 합의를 기다리던 가자지구 사람들이 손을 들고 환호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른 일부는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를 외쳤다.

15개월째 계속된 전쟁 동안 가자시티에 있는 집을 떠나 쫓겨난 다섯 엄마의 아이 가다는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 나는 울고 있지만,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라며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젊은이들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몇 분 만에 남부의 칸 유니스에서 탬버린을 치고, 뿔피리를 불고, 춤을 췄다.

지난 15개월 간의 고통 속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이들도 있었다. 전쟁통에 가족을 잃은 이들은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가자시티에서 쫓겨난 아흐메드 다흐만(25)은 가장 먼저 할 일은 지난해 가족 집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고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는 것”이라며 “생명을 구하고 피를 흘리는 일이 멈췄기 때문에 행복감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텐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이만 알쿠카는 “오늘은 행복과 슬픔, 충격과 기쁨의 날이지만,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것 때문에 오랫동안 울고 울어야 하는 날”이라며 “이제 세계가 가자지구로 돌아와 가자지구에 초점을 맞추고, 가자지구를 재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0만명 이상 사는 가자지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감행해 1200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해하고 250명 이상의 인질을 납치한 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가자지구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시작된 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는 4만6000명을 넘어섰다. 군사적 공격에 따라 물과 전기 등 기반시설과 의료시설의 파손으로 인도적 위기 또한 심각해진 상태다. 해안 지역은 황무지로 변해 수천 명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스라엘에서도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 석방 기대감에 휴전 합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이날 밤 인질 석방과 전투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인들이 인질 사진을 담은 손팻말과 횃불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리에 나온 참가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휴전 소식에 전 세계 지도자들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 재건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역 전체에 희망을 가져다준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해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과 분쟁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발판으로 이 합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합의 존중과 남은 인질 석방, 가자지구 시민 구호를 호소하며 “정치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합의를 지키고 인질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오랜 전투 끝에 인질과 가족, 가자지구 주민을 생각하며 큰 안도감을 느낀다”며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반응도 잇따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휴전은 늦었다. 앞으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지속적인 평화 실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