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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농가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세에 달하며, 60세 이상 경영주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후의 삶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농촌 노인의 빈곤율은 도시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농업인의 노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고령농업인은 생계를 위해 은퇴하지 못하고 농사를 계속 짓는다. 은퇴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청년농에게 경영이 이전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가업승계가 막히고, 청년들은 농촌을 떠난다. 세대교체가 지연되면서 스마트농업과 전문농업으로의 전환도 늦어진다. 결국 농촌 인구는 줄고 지역경제는 침체되며 지방소멸 위험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농업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왔다. 일본은 ‘농업인연금제도’를 통해 65세부터 노령연금을 지급하고, 경영을 후계농에게 이양한 농업인에게는 추가 연금을 지원한다. 프랑스 역시 일정 연령이 되면 경영이양을 조건으로 연금을 지급하며 세대교체를 촉진하고 있다. 독일도 농업인을 위한 별도의 노령연금제도를 운영해 안정적인 은퇴를 지원한다. 이들 국가는 연금을 단순한 복지제도가 아니라 농업 구조개선
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농업인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농업인은 평생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식량안보를 지켜왔지만, 정작 자신은 퇴직이라는 개념조차 없이 평생 일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고령농업인이 농업 외에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어 은퇴하지 못하는 현실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다. 농업인 퇴직연금이 도입된다면 기대효과는 매우 크다.
첫째, 농촌 빈곤을 줄일 수 있다. 안정적인 노후소득이 보장되면 생계를 위해 무리하게 영농을 지속할 필요가 줄어든다.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이 완화되고 소비여력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노후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지방소멸을 막는 기반이 된다. 사람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은퇴 이후의 삶이 보장되는 농촌은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공동체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안정적인 노후는 농촌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다.
셋째, 청년농업인 육성과 영농승계를 촉진한다. 고령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은퇴하면 농지와 경영을 후계농에게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 청년들은 미래를 기대하며 농업을 선택할 수 있고, 가족농 중심의 가업승계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농 육성 정책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넷째,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세대교체가 빨라질수록 스마트농업과 디지털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규모화·전문화도 가능해진다. 결국 농업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이 높아지고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강화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등을 통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농업인 퇴직연금제도가 마련된다면 농촌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고령농업인은 노후 걱정 없이 명예롭게 은퇴하고, 청년농업인은 희망을 품고 농촌에 정착하며, 지역공동체는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농업인 퇴직연금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농촌 빈곤을 해소하고, 지방소멸을 막으며, 청년농을 육성하고,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 전략이다. 농업인의 안정된 노후가 곧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며, 우리 모두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이제는 “농업인 퇴직연금이 필요한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도입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제도로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농업인의 행복한 은퇴가 청년농의 새로운 시작이 되고, 그 희망이 농촌의 미래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고] 농협인 퇴직연금제도 도입하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40006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