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07일 00시1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부실 위험이 높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가 개인투자자들의 계좌로 무분별하게 흘러들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소화되지 못한 폭탄을 증권사가 리테일 창구로 재매각(셀다운)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에 따른 위험을 개인이 떠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비우량 회사채가 무분별하게 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자 단계부터 개인의 진입 허들을 대폭 높이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전체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14조5221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5887억원) 대비 35.7%가량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이 사들인 회사채가 전체 회사채 순매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에서 24.8%로 오히려 4.3%포인트(p) 늘었다. 전반적인 시장 위축 속에서도 기관과 개인의 행보가 엇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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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체가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개인 매수 비중이 확대된 것은, 비우량 회사채를 담는 기관들이 줄면서 개인이 떠안는 물량이 그만큼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우량 회사채는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싹쓸이되듯 소화되는 반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리테일 물량은 대부분 기관의 외면을 받은 미매각 채권이기 때문이다.
BBB급 이하 비우량채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빈번해 주관 증권사가 이를 총액인수한 뒤 리테일 창구로 셀다운(재매각)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결국 기관의 깐깐한 리스크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위험 물량이 '고금리'를 앞세워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진입 장벽조차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일반 회사채의 경우 별도의 사전 교육 이수나 기본 예탁금 납부 없이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증권 계좌만 보유하고 있다면 한계 기업의 고위험 회사채를 매매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실제 기업의 부실 위험은 곧장 개인의 피해로 직결되고 있다. 올해 터진 JTBC 채무불이행에 따른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중앙일보, 콘텐트리중앙 등)의 연쇄 부도 사태와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한이익상실(EOD) 및 회생절차 신청 등은 리테일 채권 시장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단적인 예다. 시장에서는 자본잠식 계열사의 부실 채권을 개인이 떠안아 수만 명의 피해자를 낳았던 2013년 ‘동양그룹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비우량 회사채 투자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성격을 띠는 만큼,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의 징후가 보이면 투자자 스스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완전 자본잠식과 같은 치명적인 투자 위험을 일반 개인이 완벽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테일 회사채 투자에도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진입 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 등 일정 기준 이하의 한계 기업 채권에 투자할 때는 의무적으로 위험성 고지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최소 예탁금 규모를 대폭 상향해 묻지마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도 거론된다.
정 부장은 “결국 채권을 떼어다 파는 판매사(증권사)들이 사전에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리도록 설명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투자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필수 교육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과거처럼 자본잠식 기업의 회사채 발행 자체를 원천적으로 틀어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2012년 상법 개정 전까지는 회사채 발행 한도가 자기자본과 연동돼 있어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은 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이 규제를 지금 다시 꺼내들 경우 한계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자체가 막혀 오히려 부실을 앞당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발행 단계를 원천 봉쇄하기보다는 투자자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선별할 수 있도록 매수 단계의 허들을 높이는 편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최소 예탁금 기준이나 의무 교육 이수 같은 장치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0700569.1000x.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