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8·13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3기 신도시 등 8만 9000 가구는 착공 시기를 1~2년 앞당기겠다고 했다.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한다. 방향 자체는 맞다. 문제는 발표한 ‘계획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삽을 뜨는 속도다.
주택시장의 불안은 이미 전월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9월 초 기준 2만건 아래로 줄어 한 달 전보다 약 6%, 1년 전보다 13%가량 감소했다.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 1178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도 162만원(7월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1.7% 올랐다. 집을 사려는 사람뿐 아니라 세입자까지 주거비 압박을 받고 있다. 전월세 문제는 국회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임대주택 부족을 원인으로 들며 공공 역할을 강조하고, 야당은 민간 공급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념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임대 물량을 늘리는 일이다. 정책이 시장을 흔든 책임도 돌아봐야 한다. 실거주를 강조한 세제와 각종 규제가 임대 매물 감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세금을 자주 바꾸고 대출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 새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도, 세입자도 선택과 판단이 어려워진다. 주택은 정책 발표 한 번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공사비와 PF, 분담금, 인허가 지연도 여전히 큰 장벽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몇 만 가구라는 숫자를 더 보태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착공까지 갈 수 있도록 현장의 병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민간이 공급할 수 있는 곳에서는 과감히 길을 터주고, 공공은 장기임대 등 시장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맡아야 한다.
주택정책은 발표 때 박수가 아니라 몇 년 뒤 입주 물량으로 평가받는다. 수도권 23만 가구도 6개월, 1년 뒤 인허가와 착공 숫자로 계속 검증하고 외부 평가도 받아야 한다. 전월세 시장이 더 흔들리기 전에 정부는 공급의 ‘계획’이 아니라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성패는 숫자로 찍히는 착공과 입주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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