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훈풍이 고용시장에도 조금씩 번지고 있다. 9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보다 8000명 늘며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과 기계장비 업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늘어난 긍정적 효과가 반영됐다. 산업 활력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가운 신호다.
그러나 청년층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1년 전보다 5만 4800명 줄었다. 2022년 9월 이후 무려 49개월 연속 감소다. 제조업뿐 아니라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업종에서도 감소한 점이 주목된다. 반면 60세 이상 가입자는 20만명 넘게 늘었다. 경제의 외형적 회복과 청년고용 사이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반도체 수출이 아무리 늘고 대기업 실적이 좋아져도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먼저 찾고, 자동화·인공지능(AI)으로 초급 업무를 줄인다면 청년에게 가는 몫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의 높은 진입장벽과 경직된 임금·고용구조도 기업의 신규채용을 주저하게 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지원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청년 한 명을 더 뽑을 유인을 만들고,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의 직무 괴리를 줄이며, 제대로 된 일 경험과 직업훈련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법정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조차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청년 선호 일자리에서는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이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했다. 청년고용은 장기간 줄어들고 있는데 기존 근로자의 재직기간부터 늘리겠다고 하면 세대 간 일자리 갈등, 충돌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면 임금체계 개편과 계속 고용,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함께 놓고 논의해야 한다.
성장은 숫자가 아니라 기회의 확대로 체감돼야 한다.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도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서는 청년에게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이라 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수당 몇 푼을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채용을 다시 연결하는 노동시장의 체질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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