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과 같은 친노동 정책과 AI 확산이 지금 구조에서 결합하면 성장 반등이 아니라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친화적 입법과 AI 확산 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거시경제 구조에서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AI는 생산성을 높여 총공급을 늘리는 기술이지만, 고용과 임금이 함께 늘지 않으면 구매력이 약해져 총수요가 따라오지 못한다“며 ”총공급이 총수요보다 커지면 구조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제도가 경직되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실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아질 때 미국은 투자 확대를 통해 격차를 줄여가지만,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갈등과 제도 경직성이 강한 구조여서 사회적 자원이 생산적 투자 대신 갈등 관리에 투입되면서 잠재 성장률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노란봉투법, 근로자 추정제, 계약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 등 최근 추진되는 노동입법을 ”고용계약 자율성을 제한하는 실험적 노동입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용보호의 합이 결국 고용부담의 곱으로 나타나는 구조“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을 뽑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되고 자동화나 AI 도입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등 노동 친화적 정책과 AI 확산이 맞물리면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AI가 확산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거시경제 관점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이다.
AI가 생산성을 높여 공급 능력을 키운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수요다. 총수요는 결국 사람들의 구매력인데, 그 바탕은 고용과 임금이다.
생산성이 높아져도 그 성과가 고용과 임금,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공급된 상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사줄 사람이 없다. 그러면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이걸 거시경제에서는 ‘GDP 갭’이라고 설명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노동과 자본을 제대로 활용했을 때 가능한 성장률, 즉 경제의 체력이다. 실질성장률이 이보다 낮아지면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긴다.
AI로 공급 능력이 더 커졌는데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경제가 회복되기보다는 저성장이 반복되는 구조로 갈 위험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여기서 나타난다. 미국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지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 다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거나 노사 갈등이 큰 구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업이 투자로 대응하기보다 갈등을 관리하는 데 비용을 쓰게 되면서 생산적인 투자가 줄어든다. 그러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을 포함해 근로자 추정제, 고용승계 의무화 등 최근 노동입법을 ‘실험적’이라고 한 이유는.
”현 정부의 노동 입법은 공통점이 있다. 기업이 고용을 결정하고 계약을 맺는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향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입법들이 경제 전체 구조와 함께 논의되기보다 노동정책만 따로 움직이는 데 있다.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이 따로 가는, 말하자면 ‘디커플링’ 상황이다. 부작용이 생기면 나중에 고치겠다는 식의 접근은 입법 방식으로도 위험하다.
고용 보호가 강해질수록 기업이 느끼는 고용 부담은 커진다. 그러면 기업은 사람을 더 뽑기보다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된다.
그때 등장하는 게 자동화나 AI 같은 기술이다. 사람을 쓰는 비용과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술로 대체하려는 유인은 더 강해진다.
이게 계속 누적되면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 생산성은 올라가는데 고용과 임금은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그러면 물가와 고용의 관계, 즉 필립스 곡선도 점점 평평해진다. 경기가 움직여도 고용과 임금이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필립스 곡선이 평탄해진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인가.
”필립스 곡선은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물가(임금) 상승률이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는 거시경제 이론이다.
그런데 AI시대에는 실업이 늘거나 줄어도 임금과 물가가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 만큼 기업은 인건비 압박을 ‘노동시장 내부의 조정’이 아니라 ‘기술 투자’로 흡수할 수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경기가 좋아져도 임금·물가가 과거처럼 민감하게 오르지 않는 ‘둔감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저물가·고실업이 함께 가는 상태가 고착되면 정상적인 경기 회복 경로가 약해진다.“
― AI 시대 고용·노동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AI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기술과 사람의 균형이다. 기술을 억제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기술 변화에 그대로 맡겨 두는 것도 현실적인 접근은 아니다. 정책은 결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의 노동정책은 기존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중심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AI는 단순히 일자리 수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직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일의 내용과 방식이 바뀌는 상황에서 과거의 고용 구조를 전제로 한 정책만으로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 일자리의 변화 속도와 정책의 대응 속도 사이에 이미 격차가 생기고 있다.
AI 시대 정책의 핵심은 ‘전환’이다. 산업과 직무가 바뀌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새로운 산업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사람의 이동 경로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훈련 정책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실업 이후 재취업을 돕는 교육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전환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산업별 협회와 기업, 정부가 함께 참여해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 훈련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AI 시대 정책의 핵심은 기술 변화 속에서 노동자가 새로운 산업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술과 사람이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정부의 과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1962년 출생 △시카고대학 경제학 석·박사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 조교수 △성균관대 부총장 △성균관대 교무처장 △성균관대 경제대학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규제개혁위 공익위원 △중앙노동위 공익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



![전쟁 거의 끝 한마디에…롤러코스터 탄 뉴욕증시·유가[월스트리트in]](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3/PS26031000131t.jpg)


![“덩치 큰 남성 지나갈 땐”…아파트 불 지른 뒤 주민 ‘칼부림' 악몽[그해 오늘]](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3/PS26031000001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