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유가가 치솟는데 국내 휘발유 소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82.4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9% 높았다. 그럼에도 휘발유 소비량은 886만 배럴로 역대 7월 최고치인 885만 6000배럴을 넘어섰다. 고유가 속 휘발유 다소비 추세는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고유가 위기에 대한 경계를 성급하게 늦춘 탓이 크다.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는 정부가 바짝 긴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비상대응 체제 가동’을 선언한 데 이어 4월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의 파급 영향을 ‘민생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태도가 바뀌었다. 정부는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3월 말 5부제에 이어 4월 초 2부제를 도입했으나 7월 1일 이를 중단했다. 그날 동시에 석유자원 안보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주의’로 낮췄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엑스(X)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정제유 수출 통제와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국내 유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장담이다. 하지만 글로벌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적 가격 통제를 계속하면 부작용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고유가에도 휘발유 등 석유류 소비가 늘어나면 경제 전반의 에너지 이용 효율이 떨어진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업계의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가격 통제가 초래하는 시장 왜곡과 경제적 비효율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가격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통제의 비용이 커지고 정상화시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도 커진다. 정부는 3월 13일 도입한 석유류 최고가격제를 애초 설정한 6개월 시한을 넘겨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젠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고가격 결정을 국제 유가 추이와 국내 분야별 여건 등을 감안하는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향후 어떤 조건 아래서 어떤 일정으로 최고가격제를 해제할 것인지도 밝혀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