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신작 ‘세종의 나라’(이타북스·전 2권)로 돌아온 김진명(69) 작가는 “한글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고 싶어 3년을 고민한 끝에 소설을 쓰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설은 명나라의 거대한 그늘 아래 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사대주의에 젖은 신료들의 반대를 뚫고 어떻게 한글이 탄생했는지를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금부도사 한석리와 권숙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비밀을 좇는 한석리의 추적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10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만난 김 작가는 “한글은 민족 정체성의 뼈대이자 외세 속에서 우리 존재를 지켜낸 견고한 방패”라며 “이토록 숭엄한 위업에 누를 끼치진 않을까 조바심도 났지만 ‘누군가는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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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1990년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고구려’ ‘글자 전쟁’ ‘직지’ 등을 통해 역사와 민족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세종과 한글은 쉽게 쓸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으로부터 “세종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한글 창제라는 인류사적 업적을 감히 소설로 풀어낼 수 있을지 망설이며 수 차례 고사했다. 그러다 문득 한글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늦기 전에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
자료를 살피며 한글을 들여다보던 그는 어느 순간 모든 글자가 직선 한 획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획이 자유롭게 결합하면 기역(ㄱ), 니은(ㄴ) 같은 기본 자모는 물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소리까지 무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깨달음 이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한글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들려줄까’는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숙제였다. 소재의 의미는 깊지만, 자칫 교과서적인 서사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민 끝에 그는 1권의 문을 ‘연애소설’처럼 열었다. 주인공 한석리와 권숙현이 운명적으로 만나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했다.
그는 “한글 창제 과정은 논픽션에 가까운 치밀함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독자들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재미도 놓칠 수 없었다”며 “이율배반적인 두 목표를 한 그릇에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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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고뇌와 결단은 소설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은 “뿌리가 남의 흙에 심기면 나무가 자랄 수는 있겠지만 향기를 잃는 법”이라는 대사를 통해 우리말과 글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 작가는 “전 세계가 열광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컬처의 근원에는 한글이 있다”며 “이 문자야말로 우리 문화의 가장 위대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는 작가의 남다른 고민과 공력이 담겨 있다. 그는 “원래 원고를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편”이라며 “이번 소설은 정말 잘 쓰고 싶어 처음으로 완성한 원고를 다시 펼쳐 들고 수없이 고쳤다”고 털어놨다.
당분간은 차기작 구상도 미뤄두고 ‘세종의 나라’를 알리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진정한 문화 강대국으로 나아가려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성장이 중요하다”며 “‘세종의 나라’가 우리 정신의 뿌리를 돌아보고 내면을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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