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부로 옮긴 뒤 기업 관계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검찰과 국회 등 기업과 껄끄러운 곳을 주로 출입한 터라 기업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답한다. 기업이 돈을 잘 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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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궁핍은 아팠다. 정부는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원화 여유재원 20조원을 일반회계에 활용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보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18조6000억원 줄였다. 지자체들은 신규 SOC사업이나 행사를 줄줄이 보류했고, 자체 기금으로 빈 곳간을 메웠다.
돈 없는 나라는 미래 투자도 흔들린다. 이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31조1000억원에서 26조5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줄었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감소였다. 당시 정부는 ‘R&D 카르텔’이라고 말했으나 돈 없는 나라가 외치는 핑계로 생각한 국민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R&D 예산 복원을 외치던 KAIST 졸업생이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힌 채 끌려 나간 일도 이때 벌어졌다.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전망을 본예산 390조2000억원에서 추경 기준 415조4000억원으로 25조2000억원 높였다. 법인세 전망이 86조5000억원에서 101조3000억원으로 14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 낸 법인세만 11조2000억원이다.
반전의 중심에는 반도체 기업이 있다. 증권가는 법인세와 직결된 두 회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을 600조원대로 전망한다. 정부가 내년 법인세를 올해보다 무려 115조원 많은 216조원으로 잡은 것도 이들 두 기업 영향이 크다. 무려 162조원의 미래대응기금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내년 R&D 예산은 역대최대인 39조 5000억원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계속 벌 수 있는 토대도 같은 속도로 다져지고 있을까. 당정은 지난해 9월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1년 안에 경제형벌 규정 30%를 손질하겠다고 했으나 법무부가 대체 특례법까지 마련한 지금도 당정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개정 노조법 지침은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의무교섭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배치전환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도권 인력을 호남 반도체 공장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져 투자가 지연될까 벌써 전전긍긍한다.
기업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사익 편취와 불법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고, 노동자의 건강권도 지켜야 한다. 다만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기업 이익도 투자와 고용, 공정한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이 벌지 못하면 걷을 세금도 나눌 몫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리 멋진 청사진을 내놔도 곳간이 비면 의미가 없다. 돈 잘 버는 기업을 늘리고 잘하는 기업이 계속 투자하도록 돕는 일은 어쩌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래야 나라에도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