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은 이 시대 현대인들의 최대 난제 중 하나다. 365일 쏟아지는 새로운 맛과 먹거리 속에서, 막상 맛보는 것은 익숙한 ‘그 맛’일 때가 많다. 외식 프랜차이즈부터 식품기업, 편의점까지 요즘 새로 나온 신상품이나 화제의 식음료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른바 지금 바로 맛봐야 할 이 집의 신상 가이드다. <편집자주>
올해 추석은 대체공휴일 없는 나흘 간의 ‘숏추석’에 고물가 여파까지 겹치면서 명절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이 30만 원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장보기부터 재료 손질까지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명절상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기름 냄새 풍기며 종일 전을 부치던 주방 대신, 고품격 가정간편식(HMR)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모양새다. 명절의 ‘손맛’은 챙기되 음식 준비에 드는 시간과 수고는 줄이려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에서 한 상인이 두부를 부치고 있다. (사진=뉴스1).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명절 대표 음식인 전·갈비찜·떡갈비부터 잡채·국물요리까지 간편식 선택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명절을 앞두고 관련 제품 판매량도 크게 뛰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고기완자·동그랑땡·해물완자 등 완자류는 이달 7~20일 판매량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403% 증가했다. 남도떡갈비·바싹불고기 등 적전류도 72% 늘었다.
명절 음식 가운데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전과 갈비찜은 ‘데우고 부치는’ 수준으로 간소화하는 분위기다. 농협목우촌의 ‘주부9단 손맛가득 동그랑땡’은 달걀옷을 미리 입혀 별도로 달걀물을 만들 필요 없이 바로 프라이팬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 재료를 다지고 동그랗게 빚는 과정도 생략했다. 삼립 역시 ‘촉촉동그랑땡’, ‘쫀득쌀떡산적’ 등을 선보이며 명절 상차림용 간편식 라인업을 확대했다.
갈비찜도 장시간 불 앞에 서야 하는 음식에서 간단히 데워 먹는 메뉴로 바뀌었다. 본그룹 식품 제조기업 순수본의 ‘뼈없는 갈비찜’은 소갈비살에 밤과 떡 등을 함께 담아 해동 후 약 5분간 가열하면 완성된다. 핏물을 빼고 양념에 재운 뒤 오랜 시간 끓이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 없다. ‘본죽 직화 떡갈비’ 역시 별도 손질 없이 데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명절 간편식의 범위는 전과 고기에서 국과 잡채까지 넓어졌다. 풀무원의 ‘콩나물국 요리키트’는 콩나물과 액상소스를 한 팩에 담아 별도 육수를 준비하지 않고 약 5분 만에 국을 완성할 수 있다. 기름진 전이나 갈비찜에 곁들일 국물 메뉴를 간단하게 마련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대상 청정원도 물과 제품을 넣고 3분30초가량 볶으면 완성되는 잡채·뚝배기불고기 간편식을 선보였다.
이밖에 하림은 연휴 동안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나 술자리를 즐기려는 ‘혼추족’과 홈술족을 겨냥해 프라이팬 하나로 약 10분이면 조리할 수 있는 원팬 HMR을 내놨다. 외식이나 배달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까지 명절 간편식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올해 추석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답한 가구는 27.3%에 그쳤고, 이 가운데 50.9%는 상차림을 간소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올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도 30만3750원으로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배와 쇠고기 양지,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30만 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 음식의 일부를 간편식으로 대체했다면 최근에는 간편식만으로도 한 상을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며 “짧은 연휴에 음식 준비 부담까지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명절에도 ‘필요한 것만 간편하게’ 준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귀성 열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