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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실거주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및 수요계획을 짜면서 애먼 전세 수요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체결된 전월세 계약은 3157건으로 전년동월대비 1000건 넘게 줄었다. 전체 갱신계약 대비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계약건의 비율 역시 49.9%에서 43.5%로 줄었다. 지난 3월에는 40.3% 수준까지 떨어졌다. 임대차법이 자리잡은 이후 계약갱신권 사용 비율이 50% 선을 넘나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셋값 상승 국면에서는 임차인이 추가 상승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갱신권을 적극 행사하는 만큼 갱신율이 오르고 하락 국면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강화의 정책 기조 속에서 위의 사례처럼 임대인들이 설거주를 빌미로 임대료 상한을 5%로 제한하는 계약갱신권을 무력화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거주를 앞세워 임대차 시장의 공급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를 압박한 것이 민간 임대차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월세와 매맷값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상승장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서민 중심의 임대차 수요자의 주거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전월세 수요자의 주거비 상승을 억제할 마지막 동앗줄인 상생임대인제도 역시 유명무실해질 위기다. 임대료 상승을 자율적으로 5%로 제한한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등 세금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전월세 시장의 가격 안정과 임대 주택 공급 물량 유지를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도입돼 지난 정부에서 올해 12월31일까지 연장됐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데다 실거주가 아니면 매도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과 충돌해 일몰 연장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전셋값을 시장가로 올려 받는 수익이 세금 감면 혜택보다 크다면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상생임대인제도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 정부 정책 방향 뿐만 아니라 시장 흐름상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는 뜻이다.
불안한 전세시장, 서민 주거불안 커진다
문제는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이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급등한 전세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매매로 눈길을 돌린 수요자들이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매맷가 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하지만 전세자금으로 크게 오른 아파트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데다 대출도 막힌 실정이다. 최근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 중심에서 외곽으로 급지를 낮추거나 빌라 등 비아파트로 눈높이를 낮추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전세시장이 왜곡되면서 월세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달 연속 신규 전세계약보다 월세 계약이 많이 체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 지연되는 와중에 임대 공급이 빠르게 줄면서 임대차 시장이 임대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됐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 속 민간 공급자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것은 어려우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에서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정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비거주 유주택자를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 전세 공급을 줄이는 정책이며 현 상황에서 전월세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방안은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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