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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 없는 자산, 국경 앞에 선 토큰증권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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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6.09.16 0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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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의 과제③
김태림 변호사 “韓, 토큰증권 국제사법 정비 필요”

[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지난 회는 국내 토큰증권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을지가 시행령에 달려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시스템이 연결된다고 해서 법률관계까지 함께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발행된 토큰증권을 싱가포르의 투자자가 취득했다고 하자. 그런데 전혀 다른 제3자가 나타나 그 토큰이 본래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권리자가 누구인지는 어느 나라의 법에 따라 판단하는가.

문제는 계약이 아니라 소유권이다. 계약은 상대방과의 약속이므로 준거법도 당사자가 합의로 정하면 된다. 그러나 그 토큰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것인가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와의 다툼이어서, 계약서에 넣어 둔 준거법 조항이 그 사람을 구속하지 못한다. 이 물음만큼은 각국이 정해 둔 별도의 준거법 결정 기준을 따라야 한다.

실물 증권의 시대에는 그 기준이 간단했다. 증권이 소재하는 곳의 법, 곧 소재지법이 적용됐다. 한국의 국제사법도 물건과 무기명증권에 관한 권리를 소재지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분산원장의 기록에는 소재지가 없다. 같은 장부가 여러 나라에 흩어진 전산망에 동시에 기록되고, 그중 어느 한 곳을 기록의 소재지로 볼 근거는 없다. 소재지라는 연결점 자체가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국제사법에는 디지털자산이나 분산원장 기록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한국의 토큰증권에서 이 문제는 당분간 현실화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지난 회에서 본 대로 국내 제도는 허가받은 기관만 참여하는 폐쇄형 원장으로 출발하고, 참여 기관이 모두 국내에 있는 동안에는 분쟁 역시 국내법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그러나 시장이 확대되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토큰증권을 취득하고 국내 기관이 해외에서 토큰화된 국채나 펀드를 담보로 취득하는 순간, 소재지 없는 자산의 준거법이라는 물음은 이론이 아니라 실무가 된다.

미리 짚어둘 것이 하나 있다. 국경을 넘는 거래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외국인의 취득에 어떤 신고가 필요한가라는 외국환 규제, 곧 공법의 축이 하나이고,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정하는 사법의 축이 다른 하나다. 앞의 물음에 대한 답 역시 이번 정책방향에는 없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후자다.

국제사회도 답을 찾는 중이다.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는 2023년 디지털자산에 관한 사법 원칙을 채택하면서, 물리적 소재가 없는 자산에는 기존의 연결점이 기능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자산 자체에 준거법이 명시되어 있으면 그 법을 적용하고, 없으면 자산이 기록된 시스템이나 플랫폼에 명시된 법을 적용하는 단계적 구조다.

그것도 없으면 발행인의 본거지법을 적용하되, 발행인이 자신과 본거지를 공시한 경우에 한한다. 세 기준이 모두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 법정지의 국제사법으로 돌아간다. 발행 단계에서 준거법을 정해 두는 사적 자치를 출발점으로 삼되, 원칙이 마련돼도 공백은 남는 구조다.

국제 규범이 수렴한 것도 아직 아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와 국제사법통일연구소(UNIDROIT)가 이 원칙을 바탕으로 시작했던 공동 작업은 회원국들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024년 종료됐다. 원칙이 제시한 해법이 자국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금은 헤이그국제사법회의가 단독으로 각국 전문가들과 디지털 토큰의 준거법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독일은 2021년 전자유가증권법을 제정해 블록체인 기반 증권을 민사법 체계 안으로 받아들이면서 등록부 운영기관을 금융감독의 대상으로 삼았다. 각국이 자국법을 먼저 정비하며 논의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규범이 확립되기 전이라는 뜻이고, 한국이 지금 기준을 세우면 뒤늦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형성 중인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입법이다. 이번 정책방향 발표에 국경 간 유통에 관한 내용은 없었고, 국제사법의 보완 논의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소재지 없는 자산의 준거법 기준을 국제사법에 마련하는 방안을 지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실무다. 입법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발행 문서와 원장 규칙에 준거법을 명시하는 표준을 세우면, 국제 원칙의 첫 번째 연결점에 부합해 분쟁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준거법의 공백은 시장이 작을 때는 드러나지 않다가 시장이 커진 뒤에야 분쟁의 형태로 나타나는 문제다. 그때 정비를 시작하면 이미 늦다.

토큰화가 약속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산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려면 기술의 연결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적 연결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오는 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세미나 ‘토큰증권(STO)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RWA) 입법과제 모색’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다. 다음 회에서는 원장 선택의 문제로 넘어가, 예탁결제원이 연계를 준비하고 있는 분산원장 기술은 무엇이고 그 선택은 누가 하게 되는지를 살핀다.

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동국대 법무대학원 디지털자산법무전공 대우교수·한양대 경영대학원 AML전공 겸임교수. (사진=김태림 변호사 제공)
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동국대 법무대학원 디지털자산법무전공 대우교수·한양대 경영대학원 AML전공 겸임교수. (사진=김태림 변호사 제공)
<토큰증권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의 과제> 기고 연재

8월30일 <[기고]강남 수백억 빌딩 토큰화 불허? 韓 기막힌 현실>

: ①윤현근 INSIGHT3 Inc. 대표이사

9월5일 <금융위 토큰증권 정책, 문은 열고 통로는 막았다>

: ②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9월16일 <소재지 없는 자산, 국경 앞에 선 토큰증권>

: ③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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