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은 ‘관세’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쓸 가능성이 엿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 관세라는 단어는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며,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흥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발언을 해왔다.
◇ 20일 트럼프 취임식…첫 행정명령은
관세 부과는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언해왔기 때문에 취임 초기 관세 인상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말을 공헌해온 만큼 고관세 정책을 펼칠 것이 유력하다. 또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의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번에 관세를 모두 올리긴 어렵더라도 점진적으로 상향하리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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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1기 때 가전제품별 관세 어땠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 2018년 1월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첫 120만대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하고 이 이상에 대해서는 50%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TV도 미중 무역 전쟁 시기에 관세를 인사하면서 기존 3.9% 관세에서 일반관세 7.5%가 추가돼 총 11.5%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미국 시장에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반도체를 판매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회보다는 위협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고관세 정책에 대비해 결국 생산기지 다변화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졌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놨다. 관세 영향도 있지만 현지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공장을 지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관세와 관련해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이 글로벌 공급망”이라며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부품 공급부터 제조,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베트남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시아지역에서 TV와 냉장고, 휴대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북미에서는 멕시코와 미국에서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생산한다. 유럽에서도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에서 TV,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고, 브라질과 러시아에도 제품 생산 기지를 갖추고 있다.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을 통해 생산을 분산시키며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적인 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마찬가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슈별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플레이북’(Playbook)을 준비했다. 이른바 위기 관리 대응 매뉴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펼치더라도 제품마다 지역마다 다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국 기업에 유불리를 따지면서다. 이에 LG전자는 생산지를 조정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트럼프가 부임하고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생산지 조정, 생산지 간 스윙 생산이라고 해서 같은 모델을 여기저기서 생산하는 체제 등 준비했다”며 “옛날 동화에 나오듯 여우에게 쫓길 때마다 열어보는 복주머니처럼 우리의 플레이북을 가지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법을 다 준비해 놨다”고 했다.
◇ 멕시코 공장 건설도 우선 ‘홀드’
앞서 2023년 11월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모듈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삼성전기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어떻게 꾸려갈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CES 2025 기간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멕시코 공장은 홀드시켰다”며 “멕시코에 가는 이유는 관세였는데, 제 3의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이슈는 과거와 달리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삼성전기는 중국, 미국, 유럽 고객이 모두 있기 때문에 공급망을 유연하게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멕시코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건립할 부지 정도만 확보한 상태다. 시장 상황을 판단하면서 멕시코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