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예정에 없이 미국을 찾았다. 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막판에 다양한 쟁점들이 나오고 있다”며 “한번 전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1호 프로젝트는 텍사스주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이 작년 10월 말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을 타결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흘렀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한미 경제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대미 통상 관계는 뭔가 명쾌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김 장관은 지난달 하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국가별 관세율을 발표하는 민감한 시기와 겹쳤다. 그 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미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새로 부임한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는 14일 김 장관을 만났다. 이런 가운데 대미 통상 협상의 한 축을 맡았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돌연 경질됐고, 김 장관은 한 달도 안 돼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미 통상 현안은 여러 사안이 누적된 상태다. 쿠팡 정보유출 사태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구글(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의 의무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미국의 불만도 여전하다. 지난달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이 ‘강제노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12.5%의 관세율을 책정했다. 조만간 ‘과잉생산’에 따른 관세율도 따로 부과할 예정이다. 정부는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15%를 넘기지 않기로 양국 간에 컨센서스가 있다고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비수익 사업에 덥석 큰돈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대미 투자 3500억달러는 한미 경제동맹을 한층 공고히 할 종잣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반도체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이다. 정부가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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