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든 관심이 없든, 요즘 유튜브 좀 본다는 사람 중에 ‘민음사TV’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독서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구독자 55만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팬덤을 구축하며 출판 마케팅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꾼 채널이다. 그 중심에는 2010년 민음사 최초의 여성 마케터로 입사해 출판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조아란(40) 마케팅부 부장이 있다.
조아란 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출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지만 역설적으로 ‘책을 팔지 않는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광고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먼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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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규모의 채널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간 출판사는 독자와 만나는 접점을 서점이나 언론, 광고 등 외부 채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직접 독자와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민음사TV의 출발이었다.
조 부장은 “마케터로서 일한다면 유튜브는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할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내가 유튜브에 중독돼 있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유튜브에서는 출판사라는 회사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이 부분이 민음사TV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민음사TV에서 소개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편집자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한 권을 고르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에서 소개된 오래된 ‘싯다르타’와 같은 고전이 다시 주목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 부장은 “기획회의에서 ‘이번 달에 어떤 책을 홍보해야 하니까 어떤 영상을 만들자’고 시작하기보다는 ‘요즘 우리끼리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많이 본다”며 “아이디어가 나오면 게임이나 월드컵, 랭킹, 토론처럼 익숙한 형식에 책 이야기를 넣기도 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민음사TV를 통해 형성된 팬덤은 책 판매와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민음사는 지난해 매출 206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4%, 72.8% 성장했다. 출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다. 영상에 등장하던 편집자들은 이제 각종 출판 행사에서 독자들이 줄을 서서 만나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유튜브에서 쌓은 사람과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책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셈이다.
조 부장은 “어떤 영상은 직접적인 판매 효과가 크고, 어떤 영상은 민음사라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 채널을 갖게 되면서 독자와의 관계도 ‘프로모션’에서 ‘커뮤니티’로 달라졌다. 신간을 알릴 때만 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일상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부장은 “구독자 수가 많다고 반드시 강한 채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콘텐츠를 올려도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한번 믿고 봐주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이 진짜 채널의 힘”이라고 짚었다.
그가 말하는 ‘콘텐츠가 곧 채널이 된다’는 의미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찾아올 이유를 콘텐츠 자체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요즘 어떤 콘텐츠가 잘되지?’를 좇기보다 우리 조직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광고물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이데일리가 오는 9월 15일 서울 여의도 FKI TOWER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는 ‘E마케팅 인사이트 서밋(EMIS) 2026’에 연사로 참여한다. ‘콘텐츠가 곧 채널이 되는 법: 출판사가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를 주제로 민음사TV의 성장 과정과 콘텐츠 전략을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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