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만명 투표 참여…일부 투표소서 경찰과 대치
FC바르셀로나 안전 우려로 무관중 홈경기 치러
|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한 투표소의 자원봉사자들이 투표함을 꽉 쥐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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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스페인 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1일(현지시간) 독립을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했다. 공권력을 투입한 스페인 정부의 저지 시도에도 200만명 이상이 투표했고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자치정부는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그러나 이 투표 자체가 위헌이라며 독립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르디 투룰 카탈루냐 자치정부 대변인은 “총 226만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중 90%가 찬성 7.9%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기권과 무효표는 각각 2.0%, 0.9%였다. 카탈루냐 주 전체 유권자 수가 530만명이란 걸 고려하면 투표율은 약 42%였다. 자치정부는 스페인 경찰이 투표함 째로 압수한 표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를레스 푸이그데몬 카탈루냐 주지사는 “독립된 국가로서의 권리를 얻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결과가 확정됐음을 공언했다. 그는 수일 내 이 결과를 카탈루냐 주 의회에 전달해 이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주다. 다른 지역과 인종과 문화, 언어, 역사가 다르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스페인 정부에 차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커 500년 넘게 독립을 주장해 왔다.
오랜 갈등이 폭발한 만큼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스페인 중앙정부 경찰은 투표소에서 곤봉으로 시민을 때리고 고무탄을 발사하는 등 투표를 저지하려 시도했다. 바르셀로나 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투표함을 빼앗기도 했다. 양측 발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760명의 카탈루냐인이 부상당했고 경찰 11명이 다쳤다. 이는 유럽 전역의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카탈루냐 자치주 정부는 그럼에도 투표를 강행했고 전체 투표소의 96%에서 실제 투표가 이뤄졌다. 대부분 지역에선 평화롭게 투표가 이뤄졌다.
| 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시위대가 카탈루냐 독립을 주장하며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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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경찰이 카탈루냐 독립 투표소에서 한 카탈루냐인을 연행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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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는 결과를 떠나 이번 투표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이미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다. 마리아노 라조이 스페인 총리는 공식 투표가 끝난 이날 밤 8시에 “헌법에 대한 공격”이라며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강력히 비판했다. “국민투표는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카탈루냐 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카탈루냐 내에서도 독립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바르셀로나 축구장 캄프 누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 FC바르셀로나 대 라스 팔마스 경기는 충돌을 우려한 끝에 관중 없는 경기로 치러졌으며 리오날 메시가 2골을 몰아넣으며 바르셀로나가 3대 0으로 승리했다. 카탈루냐의 상징이기도 한 FC바르셀로나는 경기 중 전광판에 ‘민주주의(Democracia)’란 문구와 함께 투표함 이미지를 보여주며 투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주전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대 라스 팔마스 경기. 충돌을 우려해 관중 없이 치러졌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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