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특위) 위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정부의 ‘생산조정’ 중심 쌀값 대책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쌀 소비량 감소로 구조적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농가의 소득 안정 요구에 귀 기울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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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위원장은 야당이 두 번이나 단독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준다고 하니 쌀 공급 과잉에도 농가가 생산을 줄일 유인이 없다”며 “이 상황이 지속하면 장기적으로 생산 과잉을 부추겨 오히려 쌀값은 더 떨어지고, 재정 부담만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여당을 향해서도 시장논리만 강조하며 농민들의 본질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장 위원장은 농가 소득을 강화할 방안으로 타작물 전환 대책을 현재보다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농가가 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수 있으면서, 쌀 생산량도 줄이고 식량안보 대응까지 할 수 있는 ‘1석 3조’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작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영농조합 등을 지원해 규모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만성적인 쌀값 하락의 원인과 근본적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 과잉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쌀값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생산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타작물 전환을 유도해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그동안 쌀을 어떻게 많이 생산할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양보다 맛있는 고급쌀을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관되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3~4년이면 쌀값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쌀 생산량 감축 및 선제적인 시장격리 등 쌀값 방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지 쌀값은 18만원대로 정부가 말했던 2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아 그렇다. 양곡법 개정안처럼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는데다 지금 정책도 남는 쌀을 정부에서 사주는 것이다 보니 생산 관리 정책이 쉽지 않은 거다.
-쌀값이 떨어져도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정부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걸 완전히 방치할 순 없다. 다만 시장격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등 경직적인 제도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도 최대한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가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핵심이 무엇이라 보나. 구체적인 해별 방안은.
△농가의 소득 안정 방안이 절실하다. 쌀 재고 증가와 소비 감소로 인해 쌀값 하락이 지속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농가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농가가 쌀 이외 다른 고수익 작물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게 방법이다. 다만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민 중 고령층이 많아 타작물 전환을 해도 생산성이 떨어져 고수익을 얻긴 어렵다.
따라서 젊은 청년농을 중심으로 영농조합을 설립해 규모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합원은 농지 사용료와 수익의 일부를 나눠 받고, 일을 하면 수당도 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문경에서 80여개 농가가 벼농사 대신 콩·양파·감자 등 다른 작물로 이모작을 해 높은 소득을 얻는 등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쌀 생산조정제의 농가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쌀 재배면적은 중요한 과제인데, 이에 따른 충분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단가를 상향하고 현재 두류, 가루쌀 중심의 전략작물에서 기후, 토양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전략작물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사료용 쌀 재배를 확대해 사료 원료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농어업특위에서 쌀값 문제 해소 위해 준비 중인 대책 등이 있나.
△올해 ‘전략대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농민, 소비자, 전문가, 정부가 함께 모여 농어업 분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허심탄회한 ‘끝장 토론’을 통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그 중 첫 주제로 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후변화 따른 과일·채소 수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과 농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폭염, 집중호우, 이상저온 등 기후변화는 장·단기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국가 비축 제도를 강화하고, 재해 위험지역에 예방시설을 집중보급해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과 재해 대응 기술 개발과 농업 생산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장태평 위원장은...
△1949년 전라남도 무안군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 △미국 오리건 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강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세무학 박사 △제20회 행정고시 합격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