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경제논리 맡기면 4년 내 해결…타작물 지원 강화해야"[만났습니다①]

김은비 기자I 2025.01.17 08:25:00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정부 매입보다 타작물 전환 유도해야"
"청년농 중심 영농조합 지원해 생산성 올려야"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쌀값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면 4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다른 작물로 전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태평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특위) 위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정부의 ‘생산조정’ 중심 쌀값 대책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쌀 소비량 감소로 구조적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농가의 소득 안정 요구에 귀 기울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장태평 농어업특위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농어업특위 위원장인 그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쌀값 대책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끝없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여야가 정쟁을 지속하는 바람에 정부의 쌀 수급 대책이 힘을 쓰지 못해 쌀 재고는 늘어나고 쌀값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 위원장은 야당이 두 번이나 단독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준다고 하니 쌀 공급 과잉에도 농가가 생산을 줄일 유인이 없다”며 “이 상황이 지속하면 장기적으로 생산 과잉을 부추겨 오히려 쌀값은 더 떨어지고, 재정 부담만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여당을 향해서도 시장논리만 강조하며 농민들의 본질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장 위원장은 농가 소득을 강화할 방안으로 타작물 전환 대책을 현재보다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농가가 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수 있으면서, 쌀 생산량도 줄이고 식량안보 대응까지 할 수 있는 ‘1석 3조’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작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영농조합 등을 지원해 규모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만성적인 쌀값 하락의 원인과 근본적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 과잉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쌀값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생산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타작물 전환을 유도해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그동안 쌀을 어떻게 많이 생산할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양보다 맛있는 고급쌀을 생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관되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3~4년이면 쌀값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쌀 생산량 감축 및 선제적인 시장격리 등 쌀값 방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지 쌀값은 18만원대로 정부가 말했던 2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아 그렇다. 양곡법 개정안처럼 정부가 남는 쌀을 다 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고 있는데다 지금 정책도 남는 쌀을 정부에서 사주는 것이다 보니 생산 관리 정책이 쉽지 않은 거다.

-쌀값이 떨어져도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정부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걸 완전히 방치할 순 없다. 다만 시장격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등 경직적인 제도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도 최대한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가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핵심이 무엇이라 보나. 구체적인 해별 방안은.

△농가의 소득 안정 방안이 절실하다. 쌀 재고 증가와 소비 감소로 인해 쌀값 하락이 지속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농가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농가가 쌀 이외 다른 고수익 작물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게 방법이다. 다만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민 중 고령층이 많아 타작물 전환을 해도 생산성이 떨어져 고수익을 얻긴 어렵다.

따라서 젊은 청년농을 중심으로 영농조합을 설립해 규모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합원은 농지 사용료와 수익의 일부를 나눠 받고, 일을 하면 수당도 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문경에서 80여개 농가가 벼농사 대신 콩·양파·감자 등 다른 작물로 이모작을 해 높은 소득을 얻는 등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쌀 생산조정제의 농가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쌀 재배면적은 중요한 과제인데, 이에 따른 충분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전략작물직불제 지급 단가를 상향하고 현재 두류, 가루쌀 중심의 전략작물에서 기후, 토양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전략작물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사료용 쌀 재배를 확대해 사료 원료를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농어업특위에서 쌀값 문제 해소 위해 준비 중인 대책 등이 있나.

△올해 ‘전략대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농민, 소비자, 전문가, 정부가 함께 모여 농어업 분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허심탄회한 ‘끝장 토론’을 통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그 중 첫 주제로 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후변화 따른 과일·채소 수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과 농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폭염, 집중호우, 이상저온 등 기후변화는 장·단기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국가 비축 제도를 강화하고, 재해 위험지역에 예방시설을 집중보급해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과 재해 대응 기술 개발과 농업 생산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장태평 위원장은...

△1949년 전라남도 무안군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 △미국 오리건 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강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세무학 박사 △제20회 행정고시 합격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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