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연일 비판할 뿐 아니라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이유로 국회를 통과한 탄핵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 차원의 ‘윤석열 지키기’는 없다고 선을 긋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들의 행동에도 ‘개별 의원들의 소신’이라고 거리를 두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대오를 강조해왔지만, 지지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을 모두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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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윤 대통령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 ‘공수처 때리기’가 대표적 사례다. 권영세 위원장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대단히 불공정하고 월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회를 통과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흔들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 게 발단이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 소추문을 각하시켜야 하고, 다시 제대로 써서 국회가 재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더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비호에 나섰다. 이철규 의원, 김민전 의원 등은 지난 4일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3일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가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친윤당’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중에도 여당은 법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 지키기가 아닌 법질서, 법치주의, 대한민국 지키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의원들의 탄핵 반대 집회 참여도 저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여당 의원은 “당의 이미지가 떨어지더라도 민주주의 정당인 이상 의원 각자 판단에 따른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며 “현재 윤 대통령 지키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 차원의 ‘윤석열 지키기’는 없다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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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적 행보는 지지층과 조기 대선 가능성 모두를 의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더퍼블릭·파이낸스투데이 공동 의뢰를 받아 지난 2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지지 여부를 자동응답전화(ARS)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4.3%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4.0%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탄핵 국면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을 준비하려면 외연 확장 역시 필요하다. 특히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국민 반감도 적지 않은 만큼 중도 표심 확보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극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고 기사회생하려면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의 목표는 선거를 통한 권력 쟁취”라며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 평가가 중요한 만큼 윤 대통령과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