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부지를 놓고 정부부처와 서울시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할 때입니다. 당시 주무 부처였던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추병직 장관과 이제 막 서울시의 지휘봉을 잡았던 오세훈 시장 역시 용산 부지 ‘개발 여부’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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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갈등은 결국 공식 행사에서의 파행으로 표출됐습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이 열렸지만, 오 시장은 항의의 표시로 행사에 불참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은 “개발주체가 정부가 되는데 대해 (서울시가)소외감을 느끼고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용산 부지를 바라보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는 여전합니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알짜 부지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과,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는 백년대계의 도심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서울시의 소신이 다시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명제에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자산을 ‘주거 안정’이라는 현실적 쓰임새로 풀 것인가, 아니면 ‘온전한 생태 공원’으로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의 대통령 축사에서 힌트를 찾습니다. 축사에는 정부부처와 서울시의 갈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고민이 잘 담겨 있습니다. “서울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삶의 공간이자 미래 서울을 이끄는 새로운 번영의 축” “시민 누구나 차표 한 장 들고 부담없이 찾아와 역사와 문화,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민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며 생태 녹지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용산이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이끌 곳이 될 것”이라며 개발 가능성도 일부 열어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용산 개발을)서둘러 완결하려고 해서도 안되며 방향을 잘 잡고 지켜야할 원칙들을 분명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 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며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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