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하는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미국 경찰이 사상 처음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공공의 적’ 1호로 분류된 범죄자 존 딜린저와 그를 뒤쫓던 FBI 수사관 멜빈 퍼비스의 대결을 그린다. 딜린저는 오늘날로 치면 록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13개월 동안 11번의 은행 강도와 2번의 탈옥에 성공한 딜린저는 불황의 주범으로 지탄받던 대형 은행만을 노리고, 인질로 잡은 여성에게는 코트를 덮어주었다.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만면에 미소를 띠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으며, 검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영락없는 ‘악당’이었겠지만, 가난이 창궐해 불만이 가득한 시대였으니 낭만적인 ‘영웅’이다.
영화에서는 매력적이고 섬세한 배우 조니 뎁(<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이 딜린저 역을, 냉혹한 인상의 크리스찬 베일(<다크 나이트>,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이 수사관 퍼비스 역을 맡았다. 딜린저와 사랑에 빠지는 프랑스계 여성 빌리 역은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마리안 코티아르에게 돌아갔다. 말 없고 거친 남자들의 팽팽한 대결을 즐겨 그려온 마이클 만(<콜래트럴>, <히트>)이 연출을 맡았으니,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만으로도 볼 만한 구색을 갖췄다.
그림으로 치자면 만 감독은 세밀화보다는 대형 벽화에 강한 편이다. 거칠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냈던 진짜 ‘마초’들의 이야기를 과장이나 축소 없이 굵은 필체로 그려나간다. 딜린저와 빌리의 사랑은 뜨겁지만, 딜린저와 퍼비스의 대결은 차갑다.
딜린저는 대중의 인기가 없다면 활동도 어렵다는 것을 알 만큼 영리했다. 납치로 돈을 마련하자는 동료의 말에는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때에 맞는 장사가 있듯이, 때에 맞는 범죄도 있다. 낭만적인 은행 강도의 시대가 지나가고, 마권 조작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가 되자 딜린저의 입지는 축소된다. 결국 딜린저는 FBI에 쫓기고 조직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딜린저는 예정된 몰락의 길을 걷는다.
140분이라는 상영시간은 어떤 관객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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